컬러콘택트렌즈를 생산하는 광주의 한 중소기업 지오메디칼이 매출 200조의 글로벌기업 GE(제너럴일렉트릭)와 한판 붙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이번 싸움은 `GEO`라는 이름 때문에 시작됐다. GE는 지난 4월 연매출의 0.05% 수준에 불과한 지오메디칼에게 `GEO`라는 브랜드를 캐나다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GE의 주력사업 분야와 중복성이 없고 경쟁 영역도 서로 다른 상황에서 터진 이번 상표권 사용금지 분쟁과 관련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준비 중인 지역 중소기업들도 유사한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못한 `상표권 논란`=300여곳에 달하는 아시아 경쟁사 가운데 최초로 북미시장 공략에 나선 지오메디칼은 올해 초 북미시장의 교두보로 캐나다를 택했다. 북미 진출에 앞서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 FDA 승인도 어렵게 통과했다.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캐나다 특허청에 지오메디칼 상표를 출원한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 난데없는 공문 한통에 어안이 벙벙했다. 글로벌기업 GE가 공문을 통해 상표권 사용을 문제 삼은 것.
GE는 “지오메디칼이라는 명칭이 GE의 자회사로 보일 수 있고 자사 브랜드 영역을 침해할 수 있으니 상표권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를 캐나다 시장에 출원할 경우 행·재정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더욱이 GE 캐나다법인은 캐나다 특허청에도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동남아 시장을 석권한 지오메디칼이 북미시장 진출 첫해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생산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초로 컬러렌즈 FDA 승인을 통과하면서 해외주문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체감수위는 한층 높다.
◇왜 캐나다에서만 문제 제기하나=지오메디칼은 현재 상표권 사용여부를 놓고 GE 캐나다 법인과 치열한 법리다툼을 펼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지오메디칼 상표가 GE의 사업영역을 침해하거나 경쟁분야가 겹치느냐 여부에 있다.
GE는 IT기술을 기반으로 엔진, 에너지 분야를 주력산업으로 삼고 있다. 지오메디칼의 산업분류가 광산업과 의료기기 제조기업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GE의 사업영역을 침해하거나 매출에 영향을 미칠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지오메디칼이 지난 2010년 한국과 일본에서 상표를 출원했을 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GE가 캐나다에서 문제를 제기했는지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오메디칼 상표 도입배경도 사뭇 다르다. 영국 BBC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열혈 팬인 박화성 사장은 10년전 `지오`라는 어감이 좋아 GEO(Green Effect Ocular)를 착안했고 여기에 메디칼을 붙여 회사명을 지었다. 지난 2003년 회사 설립 후 생산제품에는 지오메디칼이라는 상표가 부착됐다.
◇향후 전망은=지오메디칼은 상표권 지키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0년 이상 컬러렌즈 분야에 한우물을 파면서 쌓아온 신뢰도와 이미지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미 FDA 승인을 계기로 북미시장에서만 한해 100억원 이상의 컬러렌즈 매출이 기대되기 때문에 상표권 논란이 장기화되면 시장 개척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오메디칼은 국제특허전문 변리사와 비상대책팀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캐나다에 마케팅 직원을 파견해 현지 분위기와 특허정보 등을 수시로 파악 중이다.
박화성 지오메디칼 사장은 “글로벌기업들이 자기 영역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무분별하게 상표권을 걸어둔다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우수한 아이템과 기술력이 사장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국 국제특허전문 변리사는 “지난 2010년 지오메디칼의 상표등록 출원당시 GE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암묵적인 동의로 이해할 수 있다”며 “현재 일본, 동남아 국가에서 상표권을 정당하게 활용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GE·지오메디칼 컬러렌즈 상표권 논란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