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교수 "융합은 곰탕, WCCP로 융합분야 새도전”

“융합은 `곰탕`입니다. 국물만 보면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곰탕은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무엇을 넣었는지에 따라 맛이 다르니 최고의 맛을 내는 게 바로 융합의 중요한 결과물이자 노하우입니다.”

손욱 교수 "융합은 곰탕, WCCP로 융합분야 새도전”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67)가 융합 전도사로 나섰다. 손욱 교수는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부사장), 삼성SDI 대표,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인력개발원장 등 삼성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혁신을 설파하고 실천해 온 혁신 전문가다. 농심 회장 시절에도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그가 융합 전도사로 변신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오는 9월 4일 개강하는 `월드클래스융합최고전략과정(WCCP)` 개설을 주도한 것도 손 교수다.

“가격과 품질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애플과 경쟁에서 고전한 것은 창조적 발상이 부족한 때문이었어요. 애플 충격은 요행히 극복했지만 제2, 제3의 애플이 나오면 어렵습니다. 이제는 창조역량을 살리기 위한 융합에 더 큰 혁신 가치를 둬야 합니다.”

손 교수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최고 잣대로 `창조역량`을 꼽았다. 혁신은 원가절감·생산성 향상·납기단축·품질관리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데 이미 보편화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처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게임 룰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융합으로 창조역량을 강화하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WCCP를 일종의 `실험`이라고 했다. 준비도 많이 했다. 매달 두 차례 혁신경영연구회 모임을 갖고 중견기업에 과학적 방법론을 전달할 방법을 연구했다. 손 교수가 최고 원로인 통사(通士)역을 맡은 혁신경영연구회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에서 융합전문가 또는 컨설턴트로 활약해 온 전문가 모임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형리더십개발원도 한 몫 한다. 그가 세종리더십 전문가인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함께 설파해 온 세종리더십이 주 메뉴다. 이들의 세종리더십은 유명하다. 훈민정음은 음운학에 신체구조와 문화 등 다양한 요소를 융합한 인류역사상 가장 뛰어난 융합 작품이고, 이를 가능케 한 세종대왕의 리더십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융합리더십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세종대왕의 창조적 DNA를 찾아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이 수원에 엔지니어를 모아 놓은 것은 괜히 그런 게 아니다. 이건희 회장 주문으로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거대한 융합기술센터”라고 귀띔했다. 농심에서 대방동 사옥에 연구소를 합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한국형 리더십에 경험에서 우러난 한가지를 보탰다. 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열린 조직문화다.

토요특강은 2강좌만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소와 포스코ICT 등 현장을 방문해, 직접 보고 느끼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섭외중이지만 `월드클래스 성공 중견기업 초청강연`과 `서울대 선정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특강`도 마련키로 했다.

그는 “융합 기술 요소와 프로젝트를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시켜 매트릭스로 만들면 양자 모두 발전할 것”이라며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끊임없이 토론하고 시도하는 문화를 전파해 중견기업과 강소기업 육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과연 WCCP에서 어떤 맛의 곰탕을 끓여낼지 기대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