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정전사고 은폐와 납품비리 관련 쇄신작업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올해 1분기부터 진행한 인사이동과 신설한 혁신 태스크포스(TF) 활동을 놓고 임직원들 사이에서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4일 한수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한수원은 쇄신작업이 내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진통을 겪고 있다.
정전사고 은폐와 납품비리로 인한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급작스러운 대규모 인사이동에 따른 혼란이 조직과 부서원 간 불신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김 신임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쇄신 작업의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내부 갈등은 지난주 이사회가 고위직 외부인력 채용을 의결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4월과 이달 차장급과 일반직에게 사측이 일방적으로 인사통보한 상황에서 고위직급 외부인력 영입 규정이 기습 처리되자 직원들 사이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수원 고위관계자는 “인적 쇄신 작업이 실질적인 쇄신이라기보다는 원자력 관련 외부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작업이자 기득권 세력의 자리 굳히기라는 지적이 있다”며 “특히 이달 일반직급 인사가 김 신임사장이 11일 고려해보겠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기습처리된 것은 김 사장이 아닌 내부 기득권층에 의해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이사회가 평소와 달리 점심시간까지 거르면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는 점,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이사들도 고위직 외부영입에 문제점을 인식했다는 점을 근거로 의사 결정 과정에 의구심을 품은 셈이다. 이 관계자는 고위직 외부 영입에 “내부 검토가 있기도 전에 관련 내용을 사전 노출해 여론 조성 후 시행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인사 잡음도 있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한수원 차장급과 일반직은 총 2000여명이다. 전 직원의 20%다. 한수원 직원들은 현장경험 10년 이상의 베테랑 직군들이 자리를 이동해 새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며 쇄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심지어 고리원전에 근무한 몇몇 현장직원이 다른 원전으로 발령을 받았다가 출장 형식으로 고리원전에서 다시 근무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한수원 직원들은 `가을 인사폭풍`에 바짝 긴장했다. 혁신TF가 `직급정년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여름 전력 수급기간이 끝난 후 9월에 대규모 조직개편이 예상되자 많은 직원이 불안과 불신감에 찼다”며 “일부 사측 기득권에 의한 일방적인 쇄신보다 사내 구성원들이 동감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수원 비리는 사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감시시스템 도입을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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