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절전지원특공대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24일 오후 절전지원특공대는 현장 컨설팅을 위해 시화공단으로 향했다. 지난 17일 발족식 이후 첫 가동이다. 현장에 출동한 특공대원은 양정재 계통보호팀장·이운희 계통보호팀 차장·박인석 홍보전략팀 차장 3인. 이날 방문한 곳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파이프 코팅 전문업체 `위스코`다. 이동 중 대원들은 발족식을 가진 대창공장에서 폐열 재활용을 건의했던 얘기를 주고받으며 이번에는 어떠한 개선점을 제안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날은 최대전력 수요가 7300만㎾까지 올라간 터라 절전 컨설팅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절전 고민 위스코, 직접 컨설팅 요청=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리자 `WISTCO`라는 영문 간판과 함께 200m 가량 길게 늘어선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입구에 걸려있는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정말 아끼고 있는지`라는 현수막은 이곳이 에너지 절약에 크게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 위스코는 전력거래소 절전지원특공대를 언론을 통해 접한 후 직접 컨설팅을 요청해 온 곳이다.
회사 현황을 듣기 위해 직원 안내를 받아 사무실에 들어선 특공대원들은 가장 먼저 전기요금을 확인했다. 위스코의 지난달 전기요금은 6000만원. 많을 때는 8000만원까지 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중간 중간 발생하는 피크부하다. 15분간 지속되는 최대 전력피크로 기본요금을 결정하는 요금체계상 한순간 높아지는 피크부하 관리 미비로 높은 요금이 책정되고 있다.
회사 차원의 절전 노력도 있었다. 지난 겨울에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사용량 감축을 의무화 해 임원진에서 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하지만 사내 전기 전문가가 없는 터라 고민만 하고 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전력절감장치 도입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의 전력사용 현황을 확인한 후 특공대원들은 공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길쭉한 파이프들이 내외부 코팅을 위해 압출설비를 지나 이동하고 있었다. 파이프 이동을 위한 롤러 구동 모터, 선반, 냉각수 냉각시설 등 여러 전기설비들이 사용되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대부분은 압출기 사용을 위한 대형 DC모터와 압축공기를 위한 콤프레샤(냉매압축기)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 물량이 몰리면서 7일째 콤프레샤가 쉬지 않고 가동하고 있어 피크부하가 높아지는 점도 고민이다.
정재욱 위스코 현장 담당자는 “절전 효과를 위해 DC모터와 콤프레샤의 사용전력을 줄이는 게 최우선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생산라인 핵심 설비로 이들 설비의 사용전력을 줄이면 불량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쉽게 결정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절전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다=공장을 나온 후 특공대원들은 압출기 DC모터·콤프레샤·조명 3가지 부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압출기 DC모터와 콤프레샤는 제품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장담당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고조파필터 장착과 압축공기 저장탱크 확대의 절전과 제품품질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운희 차장은 “압출기 DC모터는 고조파가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고조파는 그 만큼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고조파 필터 도입을 검토해 손실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고조파의 경우 자체 설비는 물론 타설비의 정상운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조파 필터 도입이 품질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콤프레샤는 400·450마력 두 대의 설비를 운용하는 것에 비해 압축공기 저장탱크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지적했다. 많은 압축공기 저장 공간을 확보해 야간시간대에 미리 저장해 놓으면 절전과 함께 공정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 조명은 공장용 LED로 교체할 것을 권유했다. 위스코 공장 내부에는 200~300W 가량의 백열등 조명을 100여개 가량 사용하고 있다. 이들 조명만 LED로 교체해도 상당량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특공대의 의견이다.
추가 대안으로 회사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는 전력저감장치보다는 최대전력관리장치 도입을 추천했다. 피크부하로 기본요금이 높은 만큼 적정 피크를 정해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냉난방 등 필수전력이 아닌 부하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후 비 필수전력이 많을 경우 지능형 DR 제도에 참여도 비용절감의 한 방법으로 제안했다. 지능형 DR은 전력거래소가 고안한 수요관리시장 제도로 100㎾ 이상 빌딩 등 전체 수용가가 참여할 수 있고 시장 개설조건도 까다롭지 않은 장점이 있다.
자리를 떠나는 순간에도 컨설팅은 계속됐다.
이 차장은 “직접적인 설비 전력절감이 아닌 관리방법만으로도 절전효과를 볼 수 있다”며 체계화된 공정관리를 주문했다. 별도의 공정 스케줄 없이 납품 일정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지적하고 제품 규격별로 생산일정을 조정해 피크부하를 분산시키는 것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박스] 절전컨설팅, 현장 전문성 길러야
절전지원특공대는 최근 전력부족사태 대응 차원에서 전력거래소와 에너지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구성한 특별팀이다. 당초 산업단지 내 업체들의 전기설비 안전교육 형식으로 기획됐다가 절전 컨설팅으로 확대된 프로그램이다.
전력거래소는 부족한 전력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에게는 전기요금 절감에 따른 경영 비용부담을 줄이는 윈윈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산업계 절전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사업을 위해 총 60여명을 6개조로 편성, 재직 직원외에도 기술력을 겸비한 퇴직직원까지 동원했다. 에너지시민연대도 사무공간 절전코칭을 위해 절전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아직 두 차례 활동만 벌였지만 절전지원특공대는 산업계의 절전요구를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위스코 절전 컨설팅에서도 정재욱 현장 담당자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방법을 몰라 고민만 했었는데 일단 절전을 위한 우선 과제는 선정됐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장에서 절전이 가능한 곳을 잡아낼 수 있지만 실제로 절전을 위해 장비를 어떻게 운영하고 어떠한 설비를 추가해야 하는 지에 대한 대안 제시 부분이 약했다. 전기 전문가 대비 설비 전문가가 부족하고 각 현장에서 별도로 사용되는 설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특공대원들도 현장의 상황을 인정했다.
양정재 팀장은 “최대한 현장을 많이 방문해 각 회사별 사례를 공부하고 비교하는 식으로 전문성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절전지원특공대에 조별로 해당 기업에 대한 책임관리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별로 8~10%에 달하는 전기요금 절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