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 넘은 SP인증제 아직도 제자리

한국형 역량성숙도모델통합(CMMI)을 표방하며 소프트웨어(SW) 품질 개선을 위해 마련된 SW 프로세스 품질인증(SP인증) 제도가 시행 3년이 지났음에도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책과 발주사의 관심 부족, 중소기업 비용 부담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31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2012년 7월 현재 SP인증 획득 기업은 33개로 매년 10개 안팎 기업이 인증을 획득해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2곳만이 인증을 획득해 올해는 연말까지 10곳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개정된 소프트웨어(SW) 기술성평가 기준 고시에 SP인증 우대 항목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우선 공공분야 발주 기관이 SP인증 자체를 제안요청서(FRP)에 담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법으로 명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SP인증 우대조건을 RFP에 담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SP인증을 받은 상태라면 업체선정 과정에서 곤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주사가 요청을 하지 않으면 업체가 인증 획득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SP 인증은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중소기업은 인증 획득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이다. CMMI에 비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사비용뿐만 아니라 인증 획득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컨설팅 비용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도를 만든 정부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전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공공사업에서 SP인증 활성화를 위한 더욱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는 혜택도 없는데 재정 상태가 열악한 중소기업이 인증 획득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제도의 본래 취지인 SW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컨설팅과 인증획득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고 SP인증 활용을 장려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P인증은 SW 품질 결함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3년 전 처음 도입됐다. CMMI와 같은 해외 인증은 비용도 많이 들지만 국내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3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어 제도 자체의 효용성 논란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SP인증 획득 기업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

시행 3년 넘은 SP인증제 아직도 제자리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