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5GW의 해상 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허점을 드러냈다. 현실성이 결여된 사업기간과 부족한 기술력, 무엇보다 명확한 경제성 분석 없이 서둘러 수립한 계획으로 인해 민간기업을 포함한 사업주체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수익성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건설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실제 투자규모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육상풍력 투자비의 2배라는 의견과 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이 되풀이되고 있다.
민간 풍력기업이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향후 평가를 거쳐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가 구성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인수하도록 돼있다. 때문에 투자규모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으면 SPC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높게 부여해 수익성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한다. 확실한 투자규모가 산정되지 않으면서 전체 사업계획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또한 터빈 업체와 건설사들은 평가가 좋지 않게 나와 인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선정한 배후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투자자금 또한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배후단지를 주요 부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메카로 키운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예산 이외에 투자금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지자체 예산과 더불어 민간기업 투자가 섞인 매칭펀드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면 좋지만 누가 얼마를 부담하느냐에 대한 논의에서 결론이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요 부품의 국산화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국산 해상풍력 발전기 개발과 운영을 통한 트랙레코드(실적) 확보로 해외시장 진출·선점의 초석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기술 개발 수준으로 볼 때 새롭게 개발되는 풍력발전기의 주요 부품은 외산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부품 업체들이 대형 시스템에 적용되는 기술과 경험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 중인 5㎿급 이상 대형 시스템에는 대부분 외산 블레이드(날개)·대형베어링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블레이드와 베어링은 풍력발전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부품이다. 부품 업체들은 아직 기술 수준이 부족한 데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일정 수요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구축하기에는 부담이 커 진퇴양난에 빠졌다.
학계 관계자는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서남해 앞바다는 외국 풍력업체 제품 전시장을 방불케 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업계가 원하는 사업 속도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1·2단계 사업 규모와 기간을 늘려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3단계 사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업에 공급할 제품 생산이 힘들고 수익성 또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 사업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실익 분석과 현실적인 참여방안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최호·유선일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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