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김형준 비아트론 사장

“디스플레이 시장이 정체됐다고 해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는 계속합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필수적인 열처리 기술로 세계 최고가 될 것입니다.”

[이사람]김형준 비아트론 사장

김형준 비아트론 사장의 경영 철학은 `작지만 기술적으로 강한 기업` `끊임없이 개혁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 소식이 잇따라 전해오지만 그는 욕심내지 않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 가운데 열처리 기술 분야에 전념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교수인 김형준 사장이 열처리 장비 사업을 시작한 것은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2001년, 그는 대학 실험실에서 비레이저 결정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액정디스플레이(LCD) 액정을 구동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는 보통 비정질실리콘(a-Si)으로 만드는데, 레이저로 실리콘을 결정화하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레이저는 대면적 대응이 힘들어 저온폴리실리콘(LTPS)을 만드는 공정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었다. 이때 김 사장이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리콘을 결정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김 사장은 “이 기술이 산업화하면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되뇌었다. 교수가 되기 전 LG반도체와 IBM을 거치며 산업적인 지식을 쌓아온 터였다.

그는 비레이저 결정화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를 먼저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다. 다행히 뉴튼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과 삼성벤처의 투자를 유치해 장비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산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이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했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시장의 움직임도 더뎠다.

“창업 후 3년 안에는 가시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7년이 걸렸습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이 기간 동안 거둔 성과도 많습니다.”

그동안 비아트론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비레이저 결정화 기술 중 하나인 슈퍼그레인실리콘(SGS)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배치 방식 열처리 장비를 개발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가 진행돼 드디어 비아트론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매출이 배 이상 늘었으며, 지난 5월에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차세대 공정에 필요한 열처리 장비를 중국과 대만 기업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10여년 동안 키워온 열처리 기술에서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열처리 체임버를 일렬로 나열해 온도를 균일하면서도 급속도로 올릴 수 있는 `인라인 장비`는 비아트론의 트레이드 마크다. 열처리 장비 중 인라인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비아트론 밖에 없다.

김 사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려면 기존 공정과 소재를 대부분 바꿔야 한다”며 “초정밀 고온 열처리 기술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