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잠재력 입증한 ‘e스포츠’ 힘내라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무대에서 물러난다. 지난 2000년 시작해 13년 동안 우리나라 e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리던 온게임넷 `스타리그` 종목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바뀌기 때문이다. 영화계라면 신성일, 프로야구라면 선동열에 못지않은 은퇴다.

스타리그의 종목 변경은 단순한 게임 교체가 아니다. 10년 넘게 우리 사회의 경제와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스타크래프트 시대가 저무는 분기점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외환위기로 일터에서 내몰린 실직 가장을 PC방으로 재기하는 기회를 줬다. 게임이 일부 청소년의 놀이에서 직장인의 문화로까지 지평을 넓혔다.

스타크래프트는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을 낳았다. 임요환을 비롯한 인기 프로게이머는 연예인급 인기를 누렸다. 대기업은 e스포츠 구단을 만들었다.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중심으로 한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이 생겼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스타크래프트의 엄청난 인기는 e스포츠의 협소함을 가져왔다. 스타크래프트 이외에 다른 게임은 발을 붙이기 어려웠다. 단시간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른 게임은 대중에게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다. 스타크래프트 제작사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e스포츠 전체의 위기까지 초래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스타크래프트와 e스포츠 종사자들은 한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일부에서 예상하는 e스포츠의 종언은 섣부른 예단이다. 게임은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다.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라도 e스포츠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e스포츠가 시선을 돌릴 곳은 대중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게임 산업이 성장해야 e스포츠도 있다. 직장인 야구단과 조기 축구회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토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스포츠는 이제 2막이다. 힘내라! 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