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은 푸조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다. 대중적인 자동차의 범주에 있으면서도 진보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술 도입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이 푸조의 브랜드 색이다. 시트로엥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서브 브랜드가 `DS`라인으로, 시트로엥의 역사적 명차 `DS`로부터 이름과 이미지를 이어받은 시리즈다.
이번에 시승한 DS4는 2010년 소형차 `DS3` 출시와 함께 출범한 DS라인 2탄이자, 한국에 재상륙한 시트로엥 브랜드의 두 번째 신차이기도 하다. DS4는 시트로엥의 준중형급 5도어 해치백 모델인 `C4`를 바탕으로 했다. C4의 서스펜션을 높여 SUV의 성격을 가미했고 지붕과 뒷유리를 늘씬하고 둥글게 말아 쿠페로 위장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뒷좌석용 도어가 있지만 크기가 작고, 손잡이는 유리창 옆에 숨겼다. 게다가 뒷좌석 창문은 열리지 않는다. 쿠페라서 그렇단다. 그렇게 생각하면 경쟁 모델들보다 좁게 느껴지는 뒷좌석 공간도 감지덕지이다.
서스펜션을 높이면서 착좌위치도 높아졌기 때문에 운전석 시야는 좋은 편이다. 특히 DS4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앞 유리는 위쪽 부분이 지붕을 깊게 파고들어 다른 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일반 차의 선바이저는 물론 블라인드도 끌어 내릴 수 있으니, 과다한 햇빛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블라인드를 열면 뒷좌석 승객까지 덩달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실내는 과감한 디자인과 고품질의 소재 사용이 돋보인다. 금속 액센트와 가죽 장식을 둘렀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하더라도 시각, 촉각적으로 고급스럽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질감을 잘 살렸다. 가죽 시트는 손목시계의 밴드처럼 입체감 있게 디자인된 좌면이 차급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앞좌석에는 마사지 기능까지 내장되어 있다. 계기판의 색상이나 경고음을 운전자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나에게 맞춰진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쿠페 스타일의 뒷부분 형상으로 인해 적재용량은 크지 않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용량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 곳곳에 유용한 수납공간을 확보해 실용성을 챙겼다. 특히 변속레버 앞쪽의 길고 깊은 수납공간이 기발하다. 이곳에는 500㎖ 음료 용기를 네 개 넣을 수 있는데, 에어컨 바람에 의한 냉장 효과도 제공된다. 앞 문짝에는 1.5리터 음료 용기를 꽂을 수 있다. 가운데 팔걸이 아래쪽 수납공간에는 AC전원 소켓을 내장했고, 트렁크 조명은 떼어내서 손전등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엔진은 1.6리터 디젤이고, `EGS`라 불리는 6단 반자동 변속기와 결합된다. 여기에 스탑앤스타트 기능을 결합해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HDi`를 구성했다. 8㎞/h 이하에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기어를 중립에 두면 시동이 저절로 꺼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료소모를 줄인다. 시동, 재시동은 부드럽고 조용하다. 112마력, 27.5㎏·m 엔진 힘은 넘치지는 않아도 실용영역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190㎞/h이고 0-100㎞/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12.4초이다. 차체 움직임은 의외로 스포티하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지만 듬직하고 원숙하다.
변속레버와 주차브레이크는 전자식이고, 다른 편의 및 안전 사양들도 화려하다. 주행방향에 따라 조사각을 바꿔주는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LED 주간주행등, 크루즈 컨트롤 및 속도제한 기능, 사각지대 감시 기능, 주차 공간 파악 기능 등을 제공한다. 전방, 후방 주차 센서는 물론이고 카메라까지 앞뒤에 하나씩 달았다.
시트로엥 DS4의 공인 연비(신 연비)는 17.6㎞/L. 사양에 따라 시크(Chic)와 소 시크(So Chic)로 나뉘며, VAT포함 가격은 각각 3960만원, 4390만원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