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다. 20년 넘게 과학과 기술 분야를 취재한 기자가 책을 썼다. 베조스를 직접 인터뷰하지는 않았다. 기자 출신답게 여기저기 실린 베조스와 그의 동료 인터뷰를 모아 종합했다. 버무린 솜씨가 수준급이다. 자료조사로 베조스의 알려지지 않은 개인사도 들려준다.
이 책은 가능한 일찍 읽어보는 게 좋다. 머지 않아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선구자`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마존닷컴이나 전자책단말기 `킨들`은 알지만 그 주인공이 베조스라는 걸 아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되면 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질 게 틀림없다. 베조스가 만들어낸 성공신화가 회자되면서 아마존의 한국 진출 소식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 업계에서 그는 축구로 치면 호날두나 메시급 존재로 인정받는다. 펠레와 마라도나, 호나우도의 뒤를 이어 두 선수 가운데 누가 축구황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가 호사가들의 단골 논쟁거리다. 마찬가지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이어 누가 IT황제 자리에 오를 것인지가 큰 관심사였다. 많은 전문가가 제프 베조스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새로운 황제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찾아보는 게 이 책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그는 준비된 인재였다. 고등학교 시절 3년 연속 최우수 과학영재상을 받았고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졸업학점이 4.2점에 달한 수재였다. 일찍부터 창업을 꿈꾸며 관련 이력을 쌓기 위해 온라인 거래를 선도하던 뉴욕 투자은행에 입사해 2년여만인 26살에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아마존을 차린 뒤에는 `고객만족`이라는 단순한 원칙에 광적으로 집착해 “미쳤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인 `원클릭`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주문을 마친다는 뜻으로, 고객만족을 고집한 베조스 최대 역작 가운데 하나다. 그는 그 원칙 하에 새로운 서비스를 끊임없이 도입했고 결국 `유통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듣기에 이른다.
베조스의 이력을 들춰보는 재미도 있다. 게이츠나 잡스와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좋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첫 창업을 차고에서 했다는 점이다. 베조스는 IT황제들이 모두 차고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들어 차고에서 창업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는 잡스처럼 생부를 모르고 자랐다. 그의 성 `베조스`도 네 살 때 생긴 쿠바 출신 새 아버지의 것이다. 아마존으로 바꾸기 전 회사 이름은 `카다브라`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마법 주문에서 앞 글자를 뺀 것이다.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