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자기공명방식 무선전력 전송기술

복잡하게 얽혀 청소하기도 불편하고 멀티 탭에 문어발처럼 꼽혀 걸어 다닐 때마다 발에 걸리던 각종 케이블, 시시때때로 교체해야 하는 장난감 건전지, 감전 우려로 항상 커버를 씌워 사용하는 콘센트….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전기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만들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LS전선이 선보인 최장 2m까지 선없이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자기공명 무선전력 전송 시스템.
LS전선이 선보인 최장 2m까지 선없이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자기공명 무선전력 전송 시스템.

전화 케이블은 이동통신으로, 인터넷 케이블은 와이파이(Wi-Fi)로 점차 사라지고 무선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도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무선 프린터·스피커·모니터까지 등장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건 전원 케이블이다.

최근 무선전력 전송 기술 단점을 보완한 자기공명방식 무선전력 전송 기술이 전원 케이블의 무선화와 맞물려 관심이 높다.

◇기존 무선전력 기술은 한계=지금까지 무선전력 전송 기술은 자기유도(Magnetic Induction) 방식과 전자기파(Microwave) 방식에 집중돼 왔다. 자기유도 방식은 전력 송신부 코일에서 자기장을 발생해 자기장의 영향으로 수신부 코일에서 전기가 유도되는 전자기 유도 원리다. 1800년대 후반부터 전기 모터나 변압기 등에 이용되고 최근에는 교통카드에 주로 사용된다. 전자태그(RFID)나 전동 칫솔 충전기 등에서도 사용 중이다.

전력 전송 효율이 90% 이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 센티미터(㎝) 이상 떨어지거나 송신과 수신 코일 중심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 전력 전송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콘센트에 꽂지만 않았을 뿐 유선전력 전송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전자기파 방식은 송신부에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 수신부에서 여러 개 정류안테나를 이용해 전자기파를 수신한 후 전력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원리다. 전자기파 방식도 이미 1890년대에 다양한 분야에 응용, 온도·습도 센서와 같이 낮은 전력을 사용하는 일부 소형 센서 등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전력 상당 부분이 전송 도중에 사방으로 흩어져 소멸하기 때문에 전송 효율이 낮고 인체에도 해롭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자기유도나 전자기파 방식이 오래 전부터 일부 사용돼 왔지만 전자제품은 여전히 전원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두 방식 모두 상용화에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자기공명방식의 부상=자기공명방식은 2007년 마린 솔랴시치 MIT 교수 연구팀이 2.4m 떨어진 곳에서 60W 전구에 불을 밝히는데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여러 개의 다양한 소리굽쇠 중에 하나를 두드리면 동일한 고유 진동수를 가지는 소리굽쇠만 진동하는 물리적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송신부 코일에서 공진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생성해 동일한 공진주파수로 설계된 수신부 코일에만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전달된다. 이 기술은 1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90%의 높은 효율로 2m에서도 40% 효율까지 전력 전송이 가능해졌다.

수신부 코일에 흡수되지 않은 에너지는 공기 중으로 방사돼 소멸되지 않고 송신부 코일에 다시 흡수돼 효율이 높다. 송신부와 수신부 사이에 벽과 같은 장애물이 있어도 전송 가능하며 전자기파 방식과 달리 인체에 거의 흡수되지 않는 자기장만을 이용해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

자기공명방식의 장점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용 환경에서 전송 거리 및 효율면에서 이론과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 제품이 놓여있는 위치 또는 자세나 동작상태(대기·정상 동작·최대 출력 등) 변화에 따라 품질 계수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 4년여간 상용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2012년 말경에는 각종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수십 cm 거리에서 80~90% 효율로 일정하게 전송할 수 있는 수준의 상용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나노와 소재 기술 발전으로 품질계수가 매우 높은 공진기는 설계가 가능한데다 센서와 제어 기술 성능이 개선되면서 수신기 위치와 자세 변화, 동작상태 변화 등을 감지해 회로 또는 주파수를 자동적으로 조정해 품질계수를 높게 유지시킬 수 있게 됐다. 기존의 10㎒ 대역보다 상대적으로 인체 흡수율이 낮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함으로써 10~90W 수준의 전력 전송에도 각국의 전자파 간섭 규제(EMC)나 인체 안전성 규제(EMF)를 모두 만족하게 됐다.

무선전력 전송은 전원 케이블에 비해 편리해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자동차 충전시스템이다. 이미 일정 거리 간격을 두고 수십 ㎾급의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자기공명방식의 장점 때문에 무선 충전시스템이 개발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가정에서도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각종 복잡한 설비에서 해방될 수 있다. 기술 발달로 앞으로 무선 인터넷처럼 한곳의 스테이션에서 수십 대 차량이 동시에 충전하고 이동 중에도 안정적인 충전이 가능하다. 대용량의 값비싼 배터리를 무겁게 장착하지 않아 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심상박동기와 무선 충전이 결합되면 수술 없이도 박동기의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고 지금보다 훨씬 작은 초소형 심장 박동기를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