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가 자산관리 솔루션을 쓰는 일부 금융사 고객들에게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라이선스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고객사들은 억지라며 반발했다. SAP코리아는 초기 계약서에 명시한 내용인 만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SAP코리아는 올 초부터 몇몇 금융사에 자사 `금융산업 자산관리(FAM)` 엔진에 대한 추가 라이선스를 요구했다. 사용자 수가 늘거나 추가로 SW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산이 증가하면 라이선스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는 논리다.
고객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기 계약 당시 SAP 측이 이런 내용을 명확하게 공지하지 않은 데다 회사 규모가 커졌다고 사용하지도 않는 라이선스를 추가로 구매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라며 반발했다.
A금융사는 최근 SAP로부터 불법 라이선스 사용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전달받았다. 이 회사는 법무법인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국산 솔루션 도입 등 대안도 모색한다. 이 회사는 초기에 2억원을 들여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향후 자산규모 증가치를 고려했을 때 라이선스 추가 구매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합쳐 향후 10년간 무려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하는 만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첫 도입 시 자산규모로 라이선스료를 산정한 것은 맞지만 자산 변동에 의한 추가 구매조항은 계약서에 없었다”면서 “당시 SAP코리아 판매책임자도 최초 산정기준일 뿐 매년 증액 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고객 고지 의무를 위반한 `불완전 판매`라는 얘기다. 그는 무엇보다 솔루션을 사용한지 수년이 지났는데 라이선스 감사 때도 문제시하지 않다가 지금에야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D사는 사용자 기준 계약을 해 이런 이슈가 없으며, S사는 VIP 고객이란 이유로 이슈 제기를 하지 않는 등 SAP 정책에 일관성과 공정성도 전혀 없다”면서 “반대로 자산이 줄어들면 라이선스 비용을 환급해 줄 것도 아니면서 이런 억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B금융사는 올 초 SAP 아태지역으로부터 관련 메일을 받았다. B금융사 역시 초기 계약 당시 추가 라이선스에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FAM시스템을 섣불리 걷어내기 어렵다고 판단, 대응책을 고심한다.
금융사들 반응에 SAP코리아는 “FAM 엔진 라이선스는 본래부터 FAM으로 관리하는 금융자산 총액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다”며 “금융자산 총액이 계약서에 명시·허가한 라이선스 수준을 초과하면 추가 라이선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체계와 규정이 모두 계약서에 명시됐으며 견적서도 이렇게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SAP코리아는 이 정책은 처음부터 실시됐으며 라이선스 정책 변경이나 일방적 강요는 아니라고 밝혔다. SAP코리아는 앞으로도 정책과 규정에 근거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AP의 일관된 태도에 해당 금융사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일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자산관리 솔루션=운영비 등 고정비를 제외한 금융자산을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 및 재투자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금융사 자산 증대에 필수적인 금융 특화 솔루션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주로 SAP와 뮤렉스(MUREX) 등의 솔루션을 사용하거나 자체 구축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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