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하이, `샤프 지분 인수 재협상` 발언 진위 논란

궈 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궈 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EMS)업체 혼하이가 일본 샤프의 지분 매입을 재협상한다고 밝혔으나 당사자인 샤프가 사실 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반발, 진위 논란이 벌어졌다.

궈 타이밍 혼하이그룹 회장은 지난 5일 대만 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합의한 샤프 지분 매입과 관련해 최근 주식 취득 가격을 재협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6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샤프가 “(재협상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궈 타이밍 회장은 재협상과 관련해 지난 3일 샤프 경영진과 가진 미팅에서 샤프 측에서 자사 주가가 최근 크게 하락해 혼하이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격 재협상을 먼저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샤프가 궈 타이밍 회장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자 지분 매입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혼하이측이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혼하이는 지난 3월 샤프 지분 9.9%를 주당 550엔에 매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샤프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당초 매입 가격과 크게 차이가 벌어졌다. 샤프 주식의 지난 3일 종가는 192엔으로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주가는 기준으로 산정하면 양사가 합의한 매입 가격보다 65%가 낮아져 혼하이 입장에서는 당초 합의된 가격으로 매입할 경우,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혼하이그룹 주가도 연일 하락하고 있어 점차 샤프 지분 매입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결국 매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협상설을 흘렸다는 분석이다.

혼하이가 대만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혼하이는 샤프 출자에 대한 승인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허용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샤프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대만 정부가 `고가 매입`을 문제 삼을 가능성을 고려해 이 같은 자작극(?)을 꾸몄다는 추측이다.

일본 업계는 샤프 측에서 먼저 가격 인하를 제안했다는 혼하이측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한 샤프로는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악화된 경영을 회복하기 위해 긴급하게 투입할 자금을 사전에 협의된 내용까지 바꾸면서 샤프가 먼저 나섰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궈 회장의 발언이 공개된 직후 샤프가 공식 부인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혼하이는 “샤프의 지분 출자와 제휴 협의는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