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열풍이다.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정부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2000년대 벤처 붐에 맞먹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창업과열을 우려한다. 스타트업 창업이 거품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창업 본연의 목적인 기업가 정신은 사라졌고 험난한 취업 탈출구로 창업이 떠올랐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전자신문은 `벤처업계 대부`로 불리는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의 전문 칼럼을 연재한다. `이민화의 스타트업 바로보기` 에서는 스타트업 열풍의 본질과 과제를 진단하고 올바른 창업 문화를 위한 금쪽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회장은 85년 메디슨을 창업해 벤처신화를 일군 1세대 벤처 주역으로 KAIST이사장, 기업호민관을 거쳐 KAIST초빙교수,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2001년 IT버블 붕괴 이 후 위축되었던 청년 창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일류국가 도약은 기업가정신에 기반을 둔 혁신경제로 전환에 달려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창업선도대학·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 등 30억원 규모의 막대한 지원이 60개가 넘는 대학에 쏟아지고 있다. `나가수` 형태의 창업경진대회도 날로 늘고 있다. 새로운 혁신은 거품 현상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 현상에 대한 `뒤집어 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창업경진대회에서 많은 청년들이 열심히 노력한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보았다. 지난 2년 동안 창업수준이 괄목할만하게 발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와 달라진 창업 형태와 환경이 제대로 반영된 평가 기준이 아직은 크게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평가시스템의 혼란은 창업 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무거운 창업에서 스마트 기반의 가벼운 창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창업 아이템뿐 아니라 창업을 둘러싼 환경도 창조경제 패러다임에 따른 개방 혁신형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 창업 형태도 대단히 복잡다단해지고 특정 기업에 맞는 창업 멘토링이 다른 기업에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의 기존 상식은 새로운 형태의 창업 기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 기업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임계점을 돌파해 플랫폼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인데, 심사위원은 당장의 수익모델을 평가하려고 한다. 여러 심사과정에서 독특한 역량을 가진 차별화된 기업보다 보기 좋고 화려한 사업계획서로 포장된 일반 기업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잡하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존 상식은 맞지 않기 때문에 사업 본질로 돌아가 기업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란 세상에 가치를 창출하고 일부를 분배해가는 선순환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시장과 차별화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평가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두 가지다. `과연 시장은 존재할 것인가?` `나는 차별화된 역량을 가지는가?` 이 두 가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으면 일단 창업은 가능하다.
쉬운 창업은 갈수록 어렵고 어려운 창업은 갈수록 쉬워진다. 바로 차별화 역량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기업가 정신의 핵심인 이유다. 이제 차별화가 기술에서 특허와 계약으로 이전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시장 역량은 창업 기업에 부족한 영역이고 가장 비싼 부분이지만 많은 창업자가 이를 간과한다. 이제 창업국가로 가는 길에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창업 멘토링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11가지의 스타트업 뒤집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mhlees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