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전산망 통합 계획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규모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일부 저축은행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려던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추진계획을 중단했다.
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HK·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자체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대형 저축은행이 감독당국의 전산망 통합 정책으로 고심하고 있다. 30여개 대형 저축은행은 중앙회 공동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63개 저축은행은 중앙회 시스템을 공동 사용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부실경영 확산을 막기 위해 자체 전산시스템 기반으로 계정업무를 처리하는 저축은행도 중앙회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현대스위스·HK·신라·푸른 등 저축은행은 모두 중앙회 공동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개별 사용하던 계정계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된다. 상품개발시스템도 중앙회 공동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자체 계정계시스템에 연동해 사용하는 정보계시스템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전산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0억원을 투입해 계정계·상품개발·정보계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지난해 착수했다. 신라저축은행도 1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동 시스템 이용으로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가 어렵게 되는 점도 난감한 이유다.
옛 제일·토마토·프라임저축은행을 인수, 새롭게 출발한 KB·신한·BS저축은행도 차세대시스템 구축계획을 중단했다. KB저축은행은 제일저축은행이 진행하다 중단한 차세대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IT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차세대 프로젝트를 착수할 예정이었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감원 방침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당초 추진하려던 IT로드맵 수립 프로젝트는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스템이 노후화 된 토마토·프라임저축은행을 인수한 신한·BS저축은행도 추진하려던 차세대 프로젝트를 잠시 보류했다. 중앙회에서 분리 자체 전산시스템 구축을 검토했던 아주저축은행은 개별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 저축은행이 전산시스템 구축 계획을 연이어 중단함에 따라 관련 IT시장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통상 저축은행이 개별적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적게는 8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을 투자한다. 단 대형 저축은행 계정 처리를 위해 중앙회가 기존 시스템을 고도화 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로 IT투자가 주춤한 상황인데 전산망 통합이 시행되면 저축은행 업계의 대형 IT프로젝트는 전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