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 자동차가 `NV200 런던 택시`를 공개했다. 하루 30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런던의 명물 `블랙캡`의 21세기 비전을 제시한 차량이다. 승객과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까지 고려해 설계된 NV200 런던 택시는 기존 차량보다 한결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다. 아울러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탑승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NV200 런던 택시는 닛산의 다목적 소형 밴인 NV200을 바탕으로 했다. 2009년 말에 데뷔해 `인터내셔널 밴 오브 더 이어` 등 여러 상을 수상한 NV200은 지금까지 40개국에서 10만대 이상이 판매됐고, 특히 택시 버전은 지난 해 미국 뉴욕에서 차세대 `옐로우캡` 택시로 선정된 바 있다. NV200 런던 택시는 길이 4.4m, 폭 1.89m, 높이 1.86m, 휠베이스 2.72m의 차체 크기를 가졌으며, 법규상 요구되는 7.6m의 최소 회전 직경을 충족시키기 위해 앞바퀴 윤거를 넓혔다. 그래도 기존 런던 택시보다는 차체 면적이 작다.
승객 공간에는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슬라이드 도어를 통해 드나든다. 일반적인 힌지도어에 비해 도어를 열다가 보행자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과 충돌할 위험이 적다.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바닥 쪽에 조명이 제공되며, 옵션으로 발판이나 슬로프를 선택할 수 있다. 실내에는 운전자 외에 5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일반적인 벤치형 뒷좌석에 3명이 앉고, 마주보는 위치에 2명이 더 앉을 수 있도록 접이식 시트를 배치했다. 승객석과 운전석 사이는 일부가 투명 창으로 만들어진 격벽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운전석 옆 자리에는 수하물을 실을 수 있도록 좌석을 달지 않았다. 뒷좌석은 레일을 따라 앞뒤로 움직일 수 있어 화물공간과 탑승 공간을 유연하게 나눌 수 있는데, 특히 휠체어 탑승 시 유용하다. 격벽과 바닥에는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고리를 마련했다. 공조장치와 조명은 승객석에서 따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천장에는 1.2제곱미터 면적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달아 개방감을 높였다.
과거 닛산은 런던 택시의 전형으로 꼽히는 FX4 `페어웨이` 모델과 그 후속인 TX1 런던 택시에 2.7리터 디젤 엔진을 공급했었다. NV200 런던 택시는 유로5를 만족시키는 1.5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최고출력은 89마력이고, 1750rpm에서 24.5㎏·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6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고 앞바퀴 굴림 방식이다. 연비는 18.9㎞/L이고, CO₂ 배출은 138g/㎞로, 기존 런던 택시의 12.5㎞/L, 209g/㎞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다. 닛산에 따르면, 모든 런던 택시가 NV200으로 바뀔 경우 연간 3만7970톤의 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NOx와 PM 또한 각각 135톤과 20톤이 감소된다. 대기 환경 개선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닛산의 NV200 런던 택시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무리가 아니다. NV200 런던 택시는 디젤차 뿐 아니라 100% 전기차로도 공급된다. 전기차 버전의 경우 유지비가 TX4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아직은 충전 시설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다. 따라서 닛산은 올해 말까지 디젤 버전의 런던 택시 인증을 마쳐 시장에 내놓고, 내년부터는 전기차 버전의 실증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