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낀 시각장애인이 자동차에 올라탄다. 조수석이나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이다. 장애인을 태운 차량은 동네 패스트 푸드점에 들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어떻게 된 일일까. 비밀은 자동차가 바로 스스로 운전을 하는 `자동주행 자동차(Autonomous Vehicle)` 즉 무인자동차라는 데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것이 영화나 드라마 속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이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만든 이른바 `구글카`의 테스트 운행 모습이다. 구글카는 지난 5월 역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로서 운전면허를 획득하며 미래를 눈앞의 현실로 끌어당겼다.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001`이라는 빨간 번호판의 자동주행 자동차를 만나 볼 수 있다. 네바다주에서 만큼은 시각장애인이 운전석에 앉아 있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구글카 운전면허는 큰 의미를 가진다. 무인자동차를 현실 속에서 운용하기 위해서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구글카 운전면허는 획기적 사건이다. 미국 네바다주는 구글카에 운전면허를 발급하고자 사전에 법률도 바꿨다고 한다. 사람 외에 자동차에도 운전면허를 발급할 수 있도록 새 법을 지난 3월 시행했다. 물론 조건을 내걸었다. 문제가 생길 때 수동운전이 가능하도록 동승자 2인이 함께 탑승한다는 것이다.
구글카 운전면허 획득으로 자동주행 기술은 전환점을 맞았다. 구글카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자동주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연일 날라오고 있다. 유튜브에는 손을 완전히 놓고 운전하는 무편집 버전 각종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동주행자동차는 졸음 등 운전자 상태 탓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지체 부자유자의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편리함은 물론이다.
◇자동주행 테스트 잇따라=자동주행 실험을 진행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자동차 회사나 자동차 부품 회사가 테스트를 시작했다. 유럽 자동차 부품 회사인 콘티넨컬은 지난 4월 자동으로 운전이 가능한 기술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시험 주행을 미국 네바다주에서 성공리에 마쳤다. 콘티넨털은 2주에 걸쳐 9600㎞ 이상 주행테스트를 마쳤다. 이 차량은 앞 차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입체카메라, 전자제어식 브레이크 시스템, 전기식 파워 스티어링 등으로 구성됐다.
이탈리아의 파르마 대학 연구팀도 고속도로에서 자동주행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전기차에 자동주행 기능을 장착해 미래 자동차 모습을 연상케 했다. 주행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최근 볼보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자동주행에 성공한 모습도 외신에 보도됐다. 볼보 차량은 자동주행 상태로 200㎞가량 달렸다. 다만 이 차량은 앞서 주행하는 차량을 그대로 따라가는 정도에 그쳤다. 센서와 레이더·카메라 등을 이용해 앞 차량이 회전을 하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
◇자동주행, 한국 기술력도 크게 앞선다=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무인자동차 기술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달했다.
1990년대부터 학계에서 연구한 무인자동차가 곳곳에 소개됐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는 고려대학교가 개발한 무인자동차가 도우미를 태우고 대회장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끌었다. 1996년 TV드라마 `강가에 앉아서 울다`에서는 이 차량으로 자동차 사고 장면을 촬영해 실감나는 장면을 선보였다. 이 자동차는 지금도 도로 곳곳을 누비고 있다. 야간에도 한 시간가량 자동주행을 진행한 동영상은 해외에서도 화제다.
고려대에서 무인자동차를 개발한 한민홍 교수는 무인자동차를 연구하는 벤처기업 `첨단차`를 창업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차량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테스트를 하면서 서울과 대전을 왕복한 것만도 수백 번이다. 당장 상용화해도 될 만큼 오랜기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자동주행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자 편집하지 않은 채로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한민홍 대표는 “해외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무인자동차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상용화는 언제쯤=자동주행 차량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쳐 수백만마일의 주행 테스트를 마쳐야 한다. 사실 네바다주가 구글카에 운전면허를 내주면서 2명 탑승을 조건으로 내건 것도 아직은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차가 예정된 길로 가는지 감시하고 도로 위험물을 감시해야 한다. 문제가 생길 시에는 수동 조작해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구글이 구글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10년. 구글카는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했으며 프리우스는 이미 상용화된 차이고 구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검증되어야 한다. 구글카는 수백만마일의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5년 내 상용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구글 무인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자동차 제조사와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동주행 자동차 부문 기술은 이미 상용화했다. GM·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회사는 자동주행 부문 기술을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장시간 운전을 위한 정속주행 기능이나 자동주차 기능, 차선이탈 방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