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디지털 워

전 세계가 하루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조사가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어디선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쟁은 바로 인류의 역사다. 역사는 언제나 기록으로 남는다. 고대부터 전쟁사는 어떤 형태로든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전쟁사도 변화를 겪었다. 과거의 전쟁사는 피가 튀고 살이 터지는 아날로그 전쟁을 다뤘지만 현재는 전쟁터가 디지털로 변했다. 하지만 전쟁은 여전히 전쟁이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기는 마찬가지다.

[북스 클로즈업] 디지털 워

이 책은 디지털 전쟁터를 기록한 21세기판 전쟁사다. 1998년부터 벌어진 15년간의 디지털 전쟁을 기록했다. 검색과 음원,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을 둘러싼 영역 쟁탈전이 줄거리다.

승자에 대한 기록이 아닌 전쟁 자체를 다뤄 색다르다. `필승 비법`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세계 IT 전쟁터에서 누가 격돌했는지 어떤 작전을 썼는지 결국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소상하게 알려준다.

애플과 구글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15년전 막강 화력을 자랑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왜 이들을 저지하지 못했으며 통신사나 전자회사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검색시장 전쟁터에서 영역 확장에 혈안이 돼있던 강대국 MS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조용히 몸을 감췄던 구글의 전략은 어리숙한 모습으로 위장한 삼국지의 유비를 떠오르게 한다. 아이팟 판매량을 출시 후 3년간 공개하지 않고 음반업체와 협상에서 시장점유율이 5%에 불과하다고 엄살을 떨었던 스티브 잡스의 협상력은 무릎을 치게 한다. 탄자니아 어부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수익을 올린 대목에서는 미래 전쟁터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종전 기록이 아닌 현재 진행형 전쟁 기록물이라 생동감이 넘친다. 글로벌 IT 판도 변화를 일으킨 전쟁을 다룬 터라 스케일도 세계대전급이다.

영국에서 25년간 IT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기자답게 본인 주장보다 여러 인터뷰와 자료를 바탕으로 전쟁 상황을 전하는데 충실했다. 각 상황마다 반대 입장이나 경쟁자들의 인터뷰와 반응도 빠짐없이 담아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했다. 승자의 역사는 아니지만 검색이나 음원, 스마트폰 등 각 분야별 승자가 누구인지를 평가했다. 앞으로 어떤 회사가 부를 차지할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다른 부분에 대한 지배를 행사할지, 미래 모습을 결정하게될지도 분석해 놓았다.

“만약 당신이 전쟁에 패했다면, 승리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새로운 전쟁터를 찾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의 말이다. 저자는 이 말을 옮기면서 스티브 잡스는 `적절한 전쟁터만 찾았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는걸 알고 있었다고 단언한다.

찰스 아서 지음. 전용범 옮김. 이콘 펴냄. 1만7000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