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kimjh@dasannetworks.com)
거대한 IT시장이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일까. 누가 뭐라 해도 `인터넷`이다. 인터넷 출현은 IT시장을 요동치게 했고 기존 사업 모델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인터넷 출현 전 모든 통신서비스는 통신사업자만의 영역이었고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 사는 지금은 누구라도 통신과 방송사업자가 될 수 있다.
![[미래 네트워크, 미래 인터넷]<5>제3의 인터넷혁명 `스마트 TV`](https://img.etnews.com/photonews/1208/315080_20120809111313_092_0001.jpg)
인터넷 1차 혁명은 PC라는 개인용 컴퓨터가 매개였다. 누구나 자신의 컴퓨터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구축해 제공하는 형태였다. 오프라인 시장의 많은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돈을 주고 상품을 사고팔던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은 더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인터넷이 공짜라는 생각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사실상 공짜는 아니었고 지불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IT천재로 `스마트폰`이라는 제2인터넷 혁명기로 넘어갔다. 손 안의 PC라 불리는 스마트폰은 책상 위의 고정식 컴퓨터를 이동식으로 바꿔 놓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피처폰이라 불리는 기존 휴대폰이 고정식 집 전화기에 이동성을 부여했다면 스티브 잡스 아이폰은 일거에 손 안의 전화기를 컴퓨터로 바꿔놓았다. 기존 피처폰이 음성 통신만으로는 인터넷 파괴력을 가져오기에 역부족이었던 데 비해 스마트폰은 음성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전달하면서 손안의 PC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서비스 앱 시대가 오기에 이르렀다.
제3의 인터넷 혁명은 어떤 모습일까. 벽에 걸린 얇은 모니터에서 손가락으로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 한 장면과 유사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책상 위의 PC는 완전히 사라지고 벽걸이 PC 시대가 오고 TV와 PC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 번째 혁명의 출발점은 바로 스마트TV다. 현재는 OTT(Over The Top) 박스라는 기기가 TV 앞에 놓여 초보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톱박스의 끝없는 진화로 OTT 박스는 멀티미디어 PC로 손색 없도록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벽걸이PC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사실 기존 TV를 인터넷 기기로 활용해 보려는 업계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처음에는 CRT방식 TV화면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은 게 걸림돌이었다. 이제는 값싼 대형 LCD등장으로 화면 해상도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해결 과제는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다. 리모컨에 내장된 동작감지 센서 등장과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조금 불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직 초기 단계에서 인내와 적응이 필요한 시기며 궁극적으로는 손가락이나 특정 인체의 동작 감지 기능이 내장된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벽걸이PC는 완성될 것이다.
중간 단계의 스마트TV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빠른 인터넷 속도와 풍부한 콘텐츠 확보가 전제 조건이다. 느린 속도의 인터넷으로는 스마트TV 대중화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고 다양한 콘텐츠가 없으면 사용자는 금방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패를 거듭한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시장이 먼저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명실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갖추고 인터넷 생태계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인터넷 콘텐츠는 스마트TV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조건이다. 기존 IPTV 방식처럼 방대한 콘텐츠를 직접 확보해 서비스하면 사업성이 낮지만 인터넷에 풍부한 콘텐츠를 소비자가 잘 활용하도록 해주면 스마트TV는 승산이 있다. 스마트폰 콘텐츠가 대량 생산되는 추세도 스마트TV 활성화에 일조 할 것이다.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별다른 수정 없이 스마트TV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시장도 바야흐로 모바일 게임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듯, 스마트 TV용 게임의 유행도 시간 문제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장 등장으로 PC중심의 인터넷 업계에 큰 변화가 왔듯, 제3의 인터넷 혁명기를 주도할 스마트TV 시장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 인터넷 업체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