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찜통 더위는 앞서 지나간 태풍 영향이라고 한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 청명한 하늘을 보이더니 고기압 영향으로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기후 변화가 관습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변하게 만드는 것은 미디어와 콘텐츠 영향력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TV3.0 시대`는 미디어 산업 가치를 뛰어넘는 개별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가 관건이다.
TV3.0을 새로운 미디어 윈도 등장 순서로 이해한다면 TV1.0은 TV윈도 시대였고, TV2.0은 인터넷 윈도 시대, TV3.0은 모바일 윈도 시대다.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은 물론 기술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각각 윈도가 대중성을 획득하고 각광을 받지 못했다면 새로운 미디어 등장은 상당부분 지연됐을 것이다.
TV3.0을 사용자 수용 발전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TV1.0은 TV 일방향 시대, TV2.0은 인터넷 양방향 시대, TV3.0은 모바일 스마트 시대다. TV3.0 시대가 모바일 스마트 시대라고 보는 것은 이동성과 편리성의 모바일 기술 발전이 다중적인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가 1960년대 출발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토대를 만들고 1990년대에 기술과 콘텐츠 발전을 이루었다면 1990년대 중반에 출발한 케이블TV는 1990년대 후반에 큰 조정기를 거쳐 2000년대 중반부터 토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다양한 미디어가 연이어 등장했는데 초반에는 위성방송이 시작됐고 중반에는 연이어 위성DMB와 지상파DMB가 등장했다. 후반에는 IPTV가 시작돼 말 그대로 `미디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혹자는 `미디어 춘추전국시대`가 아닌 `미디어 난개발` 양상이라고 표현한다. 2000년대 중반 연이어 등장한 위성DMB와 지상파DMB 상황을 보면 위성DMB는 최근 천문학적인 적자 끝에 문을 닫았고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 운영 DMB를 제외한 다른 지상파DMB 사업자의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미디어도 상황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 케이블도 지상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대기업 계열군의 메이저PP를 제외한 대부분 개별PP는 어려움에 처했고 위성방송과 IPTV는 외형적인 발전에 비해 `속 빈 강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10년 전부터 정부와 미디어 전공학자가 내세웠던 주장과 비전은 비슷하다. 요약해보면 매체와 채널이 늘고 미디어 산업이 큰 발전을 이루면 고용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아직 미디어 산업 성장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일까. 우려 속에 지상파와 유사한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2011년 말 새롭게 등장했다. 기술과 하드웨어적인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관련 산업과 부수적인 연관 산업의 파생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사업자는 어려움에 처했을까.
정부정책이나 제도 허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제도가 문제라면 보완하고 고쳐나가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 위안과 긍정적인 해결 방안으로 부족하다면 문제 핵심은 구조적인 모순에서 찾아야 한다. 1980년대 올림픽을 치르고 1990년대 발전을 이룬 지상파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반면 콘텐츠 지배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많은 미디어가 다양한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모순된 틀 안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 유기농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땅이 지력을 회복하고 다양한 품종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투자를 6~7년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장기 관점에서 육성책이 마련되고 단기 결과물을 위해 조금씩 많이 나누어 주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고부가가치의 유기농 산업과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 육성 방법이 결코 다르지 않다.
홍진기 콘텐츠랩 대표 jinkihong@contentla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