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전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IP)은 기업 경영에 있어 공격과 방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다른 업체가 특허를 침해했거나 반대로 특허소송을 당하면 체계적으로 대응해 비즈니스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IP자체가 비즈니스입니다. IP를 사업화해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었습니다.”
김기종 애니파이브시스템 대표는 `IP=돈`인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그것도 소극적인 사업화 수준이 아닌 적극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이슈로 떠오른 `페이턴트 트롤(특허 괴물)`이 대표 모델입니다.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특허 전문회사의 위상이 높아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여기에 기업이 가진 특허를 경영 모델로 활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IP본질은 결국 기술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술이 곧 시장에서 가치 있는 IP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허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가치 있는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IP 경쟁력은 기술력에서 나옵니다. 기술과 특허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IP 포토폴리오를 제대로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치 있는 기술에 투자하는 게 지식재산 시대의 현명한 방법입니다.”
김 대표는 1세대 IP전문가다. LG CNS의 전신인 LG EDS에서 특허와 기술 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2006년경 IP전문회사인 애니파이브에 합류했다. 합류 후 사업 모델을 IP 컨설팅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해 지금은 대표적인 지식재산 전문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식재산권 통합관리(IPR)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80%로 사실상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LG생명과학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에는 토종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IP시장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생력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IP시장은 아직 초기이고 정부가 주도하는 실정입니다. 정부 권한과 입김이 클수록 기업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그만큼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IP시장에서 특허청을 포함한 정부 역할이 작아질수록 산업계에는 오히려 더욱 튼튼해진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애니파이브가 사업 초기부터 정부 사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정부에서 R&D에 관심이 많습니다. 투자도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진짜 산업에 도움이 되는 지 여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오히려 R&D가 부각하면서 정부 산하기관과 센터가 비대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IP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 업무를 축소하거나 과감히 민간으로 이양하는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산업계에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IP를 너무 전문영역으로 접근하다 보니 기술 사업화에는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IP는 기존에 특허 자체만 봤으면 되는데 사업화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기술, 서비스, 마케팅을 두루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특허 전문가는 이들을 다른 영역으로 치부합니다. 이래서는 계속 선진국에 뒤처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애니파이브는 내년 2월이면 설립 10년을 맞는다. 10년을 맞아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더 큰 성공 사례를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융합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기술융합 시대에 IP가 뒤지면 소리 소문없이 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