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무인운전 22만㎞를 넘어선 `구글카`가 미국 네바다주 운전면허를 받았다. 더 이상 자동차도 내연기관에 의해 움직이는 탈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상황을 인지해 분석하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로봇이 됐다. 자동차 뿐 아니라 항공기, 잠수함 등 수송기기는 물론 산업, 국방, 일상생활,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에 뇌를 이식해 영생을 꿈꾸거나 로봇의 시각과 촉각을 인간에게 전달하는데도 성공했다. `태권V`로 기억되던 로봇이 본격적인 산업화 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위험하고 귀찮은 일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모습을 변화시켜가고 있다. 태권V는 몰라도 로보캅을 현실에서 볼 날이 멀지 않았다.
로봇은 센서, 기계, 바이오, 섬유, 통신, 소재, 소프트웨어 등 우리가 아는 모든 첨단기술이 결합체다. 기술과 문화 등 모든 융합의 정점에 있다.
로봇은 자동차, PC 이후 21세기 대표 엔드유저제품으로 꼽힌다.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발전하면서 로봇은 단순노동 대체수단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서비스 실현 수단이 된다.
미래학자·혁신기업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단일 품목으로 수천 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한다. 다른 산업과 융합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로봇융합시장은 일반 로봇시장의 2~3배로 전망된다. 소득수준 향상, 고령사회 도래, 웰빙 추구 등 삶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로봇수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능·감성·모바일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의 필수요소가 로봇기술이라는 것이다.
2010년 세계로봇시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전년대비 70.2% 성장한 94억달러가 됐다. 2013년 300억달러 규모를 형성,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한 후 2018년 100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현재 로봇시장은 라이프케어·제조·사회안전·에듀테인먼트·의료서비스 5대 분야가 이끌어간다. 라이프케이로봇은 청소로봇, 잔디깍기, 풀장청소로봇 등이 초기시장을 창출하고 있으나 지능형 자율이동, 지능형 조작 등 기술완성도가 높아지면 더 급속한 보급이 예산된다.
로봇시장 60%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용 로봇도 제조업 투자가 많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다. 사회안전분야도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진행된다. 정부 지원 하에 경비·안내·소방·환경 감시로봇에서 에너지와 국방까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에듀테인먼트로봇은 초기 PC보급 과정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기업들의 관심을 갖고 있다. 2008년 2000억원 규모인 세계 교구로봇시장은 2015년 20배에 달하는 4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5년간 평균 40% 이상 성장한 의료서비스는 로봇 중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특화되고 있다.
로봇기술 개발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국방 등 세계 최고 원천기술 중심에서 제조업 등으로 확대에 나섰고 EU는 회원국 간 협력을 바탕으로 요소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로봇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중장기기술개발프로그램, 과학기술 5개년계획 등 주요 국가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로봇을 포함시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만만찮은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로봇활용이 많은 주력산업, 앞선 IT, 정형화된 생활환경, 첨단기술 수용이 빠른 국민성 등 로봇산업 성장의 최적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초기단계인 지능형 로봇시장은 이런 잠재력을 바탕으로 선도적 위치 확보가 가능한 분야다. 또 생산혁신을 주도한 제조로봇은 교육·의료·건설·국방·재난방재 등 타산업과 융합해 인간을 대체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런 조건을 기반으로 국내 로봇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국내 로봇산업 생산규모가 사상 첫 2조원을 돌파했다. 2009년 1조원 돌파 이후 2년만이다. 수출도 지난 2010년 대비 2배로 늘어나며 수출 효자산업으로 부상했다.
지식경제부가 국내 로봇기업 36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로봇산업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성과다. 생산액 증가율은 2010년 75%에서 작년 20%로 낮아졌지만 어려운 대내 경제상황에 따라 대부분 산업이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특히 청소 등 개인 서비스 로봇 분야 성장이 눈부시다. 전년 대비 13.4%나 성장했다. 가사용 로봇은 1701억원으로 49.6% 늘었고, 교육용 로봇 530억원(48.4%), 헬스케어 로봇 65억원(15.8%)으로 성장했다.
로봇 부품 생산도 전년대비 86.1%나 성장한 1909억원을 기록했다.
수출도 2289억원에서 5211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제조업용, 청소 로봇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해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211억원을 기록했다. 수입은 21%(3308억원) 증가했지만, 무역수지는 2010년 439억원 적자에서 작년 190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 대상도 중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됐다.
로봇 기업 수는 2010년 334개에서 346개로 증가했다. 종사자도 9129명에서 15.1% 늘어난 1만509명이었다.
이런 성장세에 정부도 2008년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 제정을 기점으로 종합적인 육성대책을 마련했다. 이달 내 지능형 로봇에 대한 산업융합원천R&D 전략도 발표한다.
현재 우리나라 로봇기술은 미국(100)과 비교해 79.2 수준이다. 기술격차 기간은 약 2.1년이다.
일본(97.2), 유럽(93.4)에 상대적으로 많이 뒤떨어져 있으며 중국(71.0)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일본은 기구 및 부품에 강점이 있고 미국은 지능과 시스템 기술이 최고다.
이상무 지식경제부 로봇PD는 “정부의 적극적인 상품화 R&D지원과 공공수요산업을 통해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과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풍부한 생산기술력을 활용하면 세계 최고수준 로봇산업 육성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국 로봇융합 연구개발의 메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키 180㎝의 늘씬한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고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도 나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인간형(안드로이드)로봇 `에버4`의 모습이다.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안드로이드로봇 에버가 2006년 5월 어린이날 첫 선을 보인 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점점 진화되고 있다. 에버4에는 혓바닥도 부착했다. 혀가 부착되면 로봇이 말할 때 표정이 좀 더 자유스러워진다. 에버4에는 표정을 만드는 데 30개의 모터를 사용했다.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로봇 중에 가장 많다. 그만큼 자연스런 표정을 만들어낸다.
척수가 손상돼 걷지 못하던 A씨가 걷게 됐다. 역시 생기원이 개발한 보행보조로봇 `로빈`을 착용하고 나서다. 이스라엘,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기술이다. 생기원은 로봇융합연구그룹과 실용로봇연구그룹을 축으로 다양한 로봇분야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국내 로봇산업을 이끌고 있는 생기원에서 세계 몇 번째 개발은 낯설지 않다. 다족형 견마로봇 기술은 이미 로봇 선진국 일본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에버와 로빈은 물론이고 다족형 견마로봇 `진풍`과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 등이 생기원의 연구성과다. 전쟁터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산악과 재해지역에서 정찰, 탐지, 경계, 수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진풍은 이미 평지에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수준에 올랐고, 정찰용 호버링 소형 비행로봇은 이미 상용화했다.
이외에도 입을 수 있는 로봇이란 뜻의 로봇 슈트 `하이퍼`와 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자율주행 센서와 각종 기술도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최근 전기연구원, ETRI, 성모병원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융합 방사선 치료기는 다중 협력사례로 꼽힌다. 로봇이 산업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산업 간 `벽`을 허무는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 의료기기는 CT를 연속 촬영해 얻은 정보를 통해 정밀한 방사선 치료를 가능케하는 첨단 의료로봇기술의 집합체다. 방사선과 4차원 영상, 의료기술이 결합과 다양한 로봇기술이 융합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상덕 로봇총괄그룹장은 “로봇은 첨단기술 집합체이고 로봇산업은 첨단산업의 핵심”이라며 “로봇은 단순히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기능을 넘어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로봇산업 생산액 동향 (단위: 억원, %)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