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호 한국HP 사장의 경영 철학은 `투명한 경영`과 `소통의 경영`이다. 이메일과 분기별 직원 미팅, 여러 동호회 활동을 통해 직원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회사 내 여직원이 주축이 된 동호회 웨이브(WAVE), 35세 미만 젊은 직원들이 활동하는 코옌(KorYen)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의견을 수렴한다.
실제로 함 사장이 부임하면서 한국HP 문화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언제든지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게재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 등 의사소통 채널이 다양해졌다. 직원 가족들이 일터를 방문해 가족간 이해심과 애사심을 키울 수 있는 `오픈 하우스` 프로그램은 기존엔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가 이처럼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유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그의 좌우명에서 기인한다. 집단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바르고 투명하게 생활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과 원활하게 소통할 때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지난해 5월 한국HP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함 사장은 이 신념을 늘 마음속에 품어왔다.
소통의 경영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 1990년대 중반 삼익악기 계열사(우성기계)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모기업 삼익악기의 부도로 정들었던 직원을 떠나보내야 했다. 한국HP에 입사한 후에도 외환위기(IMF)와 금융위기를 겪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함께 일하던 좋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함 사장은 “경영자나 임원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든 동료를 떠나보내고 남은 직원들을 격려하며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때부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HP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PC와 프린터 사업의 부진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내년까지 2만명이 넘는 인력을 감원한다. 지난해엔 PC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본사의 상황은 한국HP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 1,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지만 지난해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본사 정책에 따라 프린터와 PC사업부를 하나로 합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소통을 통한 단결이 더욱 힘을 발휘한다는 게 함 사장의 생각이다.
함 사장은 “본사의 위기는 한국HP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고 향후 2~3년간 힘든 시간이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전 직원들에게 회사의 어려움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