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 파견돼 IT 정책 자문관으로 활동하면서 `IT 한류` 확산에 중추 역할을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퇴직 전문가를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코리아 시니어 엑스퍼트(KSE) 프로그램`의 IT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IT 자문관 파견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NIPA 지식서비스단에 따르면 퇴직전문가 개도국 파견사업 전체 수요는 2010년 90건, 2011년 105건, 올해 155건으로 이 중 IT 수요는 24건(26.7%), 30건(28.6%), 63건(40.6%)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실제로 파견된 IT 자문관도 18명, 22명, 3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IT 자문관들은 주로 아시아와 중남미 개도국에 파견돼 1~3년간 IT 정책과 기술경영 자문을 담당한다. 단순한 봉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앞선 지식을 전파하고 이를 통한 국위선양에 이바지한다.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들로 구성돼 일자리 재창출과 지식나눔에도 기여한다.
대표적 사례는 베트남 정보화마을 프로젝트다. 김영재 IT 자문관이 활동 중이다. 한국 농어촌 정보화 사례를 모델 삼아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각 지역을 방문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타당성을 조사한다. 김 자문관이 베트남 TV `토크쇼`에 출연해 정보화마을 프로젝트를 소개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높다.
NIPA는 내년 KSE 프로그램을 통해 파견하는 자문관 수를 2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IT 수요가 가장 많아 IT 자문관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3년도 사업은 올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수요조사, 3~5월까지 모집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3월부터 NIPA 홈페이지에 공고될 예정이다. 참가 희망자는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 KSE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연간 6000만~7000만원의 현지 생활비 및 활동비를 받는다.
[인터뷰]이택동 과테말라 IT자문관
에콰도르에서 활동하는 이택동 자문관(전 AIA생명 데이터센터 매니저)은 지난해 8월부터 에콰도르 정부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돕는다. 에콰도르는 10년 동안 대통령이 다섯 번이나 바뀔 정도로 정치와 치안이 불안정했지만 현 코레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며 안정을 되찾았다. 이 자문관은 “내년부터 정부 시스템 효율화와 시민 생활편의 향상에 집중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ICT 분야에도 높은 관심이 쏠린다”며 “특히 한국 경제발전을 모델로 자국 IT 및 경제발전을 독려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에콰도르는 이미 한국 통관세시스템을 도입해 구축 단계에 있다. 전자정부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을 겪고 전쟁 폐허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사례는 에콰도르 경제 개발에 벤치마킹 대상이다. 연초엔 에콰도르와 인천경제청이 인천 송도를 모델로 하는 `야차이 지식기반도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에콰도르 정부 데이터센터는 5000㎡(약 1500평), 1층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다. 아직 프로젝트 예산이 결정되지 않아 아웃소싱 데이터센터를 선정, 운영 노하우를 얻고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건축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자문관은 이런 업무 외에 한국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소개하고 기술과 기업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자문관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삼성SDS와 LG CNS 등 많은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보였다”며 “향후 에콰도르에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많은 기간 설비와 IT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의 남미 진출을 위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