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인 김영호(가명)씨는 공장 신축을 위해 기업대출을 받기로 하고 은행을 방문했다. 김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서류 설명을 듣고 난감했다. 필요한 서류 중 부동산 공부만도 12종이나 됐다. 각 공부를 발급받기 위해 김씨는 해당 기관을 일일이 방문해야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급한 업무 처리들이 쌓여 있어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 발급 받을 시간이 없었다.
#화성시에 위치한 임야를 소유한 이석현(가명)씨는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돼 재산권 침해를 받았다.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재산권 침해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는 이씨에게 8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정보 불일치로 인한 행정력과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부동산 행정정보 일원화 및 자료정비 계획을 수립했다. 산재된 부동산 행정정보를 일원화해 국민의 민원처리 고충을 덜고 행정업무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분산된 부동산 행정정보 문제 많아=기존 부동산 행정정보는 국토해양부와 대법원 2개 부처가 관리하고 있다. 근거 법률도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토지이용규제기본법, 건축법, 부동산등기법 등 5개나 된다. 부동산 공부 종류도 △지적도·토지대장 등 지적공부 7종 △건축물대상 4종 △소유권 관련 등기 3종 △공시지가·주택가격 4종 등 총 18종이다. 이 공부 데이터는 한국토지정보시스템·지적행정시스템·건축행정시스템·부동산등기시스템 등 4개 시스템에 산재돼 보관돼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행정정보를 필요로 하는 민원인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부동산 관련 인허가와 대출 등에 구비할 서류가 많고 민원처리도 오래 걸려 시간 낭비와 수수료 등 경제적 손실도 컸다. 예를 들어 가계·기업 대출에 부동산 공부 12종류가 필요하다. 연간 2억2000만건의 공부 열람이 발급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행정력 낭비도 문제다. 부동산 행정정보 업무 처리 시 분산된 정보로 업무가 지연되고 단순 변경사항도 관련 공부마다 중복 수정해야 했다. 실제 각 부처 608개 개별 법령에 따른 1763종의 행정업무가 분산된 부동산 정보로 처리가 지연되고 연간 579만 중복 수정 업무 발생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 재산권 침해 사례도 나타났다. 다수 부동산 공부를 관리하면서 5000만건 이상 발생한 공부 간 정보 불일치로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18종 부동산 행정정보 하나로 통합=국토부가 부동산 행정정보 일원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현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행정안전부에 있던 지적업무를 국토부로 이관했다. 당시 정종환 국토부 장관, 권도엽 차관(현 장관)은 지적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장성욱 국토부 지적기획과 사무관은 “장관과 차관이 지적업무 이관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자주 요구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2009년 부동산행정정보일원화를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에 착수했다. ISP는 솔리데오시스템즈·삼성SDS·웨이버스 컨소시엄이 수행했다. 3개월간의 ISP를 완료하고 2010년 실험사업을 실시했다. 분산 운영되는 4개 시스템 통합이 가능한지 실험했다. 실험사업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1단계 사업으로 국토부 소관 지적 7종과 건축물 4종을 통합하기로 했다. 11종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1단계 사업은 2011년 시작해 같은 해 12월 의왕·김해·남원·장흥 지역에 시범적용했다. 이후 자체 분석을 거쳐 시스템 통합을 최근 완료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전국 확산을 시작해 내년 1분기까지 적용을 완료한다. 내년에는 부동산가격, 토지이용계획 등 4종을 추가 통합한다. 마지막 3단계인 2014년에는 등기 등 3종을 추가해 최종 18종을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2013~2017년 2조2400억원 절감효과=부동산 행정정보 일원화 사업에는 4년간 총 222억원을 투입한다. 일원화 사업으로 부동산 공부 통합뿐만 아니라 공부 정보 오류도 상당 부분 정비했다. 토지대장은 총 365만건의 오류를 정비했다. 토지대장과 지적도는 각각 1138만필지와 53만건의 오류를 정비했다.
법·제도도 개선했다. 부동산종합공부 증명발급 등에 관한 규정과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제정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전산자원도 효율화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행안부와 시군구 공통기반 전사자원 공동활용 합의를 실시한 데 이어 시군구 전산자원 재설계도 추진했다. 6월에는 시군구 전산자원 구축 지침을 마련하고 하반기 도입을 확정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행정정보 일원화 사업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2조2400억원의 정량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중복업무 감축에 따른 1334억원을, 부동산 일괄민원 처리로 연간 186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국토 및 도시계획, 부동산 등 정책업무에 대한 과학적 지원이 가능해지고 공간정보 기반 부동산 정보 제공으로 산업 활성화도 기대한다.
장성욱 국토해양부 지적기획과 사무관
-초기 사업 추진 시 어려웠던 점은.
▲통합하는 것을 놓고 업무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일부 있었다. 이런 점들로 인해 반대가 있었다. 현 권도엽 장관이 직접 나서줬다. 차관 시절 취지가 좋은 데 왜 반대 하냐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프로젝트 중 힘든 과제는.
▲4개 정보시스템을 통합해 놓고 보니 데이터 오류가 심각했다. 프로젝트 절반이 데이터를 수정하는 데 보냈다. 분산돼 있을 때는 몰랐는데 모아 놓고 보니 오류가 심각했다.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했다. 품질 고도화가 핵심 과제였다.
-향후 고도화 계획은.
▲통계청 주택 센서스 조사도 부동산 행정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직접 센서스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예산 절감 효과가 클 것이다. 부동산 정보를 민간에게 개방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다. 현재는 필지 단위로 개방하던 것을 향후에는 원천 데이터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동산 행정정보 일원화 체계
자료 : 국토해양부
부동산 행정정부 일원화 사업 연도별 예산
자료 : 국토해양부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