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상산업은 단순한 기상 예보와 재난 예방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기상 정보를 필요한 곳에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상정보에 가치를 부여하고 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기상산업정보화국의 역할입니다.”
남재철 기상청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기상산업정보화국의 가장 큰 역할이 `부가가치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기상 정보는 국민에게 무료 제공이 원칙이지만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서는 정보 가공이 필요하다. 이 정보는 기상산업진흥원이나 민간 기상업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로 재탄생한다.
남 국장은 “기상 정보를 산업화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나라가 걸음마 단계기 때문에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많다”고 설명했다. 기상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다량의 데이터, 고품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기상청이 전지구 기상자료교환허브(GISC)를 유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GISC는 세계 기상·기후 관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일기예보 품질을 대폭 향상시켜준다. 기존엔 세계 기상 자료를 일본이나 중국의 지역기상자료센터에서 수집했기 때문에 정보의 양과 종류가 제한적이었다. 현재 5개국에 GISC가 구축돼 있으며 지난 6월 한국과 호주가 유치에 성공했다.
남 국장은 “GISC 유치를 위해서는 세계기상기구(WMO) 실사단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평가 항목이 100여개에 이른다”면서 “지난 4월 말 기상산업정보화국장으로 임명될 당시는 평가단 실사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직원들과 막바지 준비에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고 말했다. 5월 말 조직과 예산, 기술 및 인프라 등 최종 점검이 이뤄졌고 결국 6월 27일 센터 유치를 승인받았다.
기상청은 기상산업정보화국을 중심으로 2005년부터 GISC 유치에 필요한 자체 기술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국제 기술 표준을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2010년부터 영국·프랑스·호주와 `세계기상기구 정보시스템체계(WIS)` 핵심 소프트웨어(SW)인 `오픈WIS`를 개발했다.
오픈WIS를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 업로드와 글로벌 데이터 캐시, 사용자 식별, 메타데이터 동기화 기능 등을 개발했다. 기상청 내부에는 전산 인프라 이중화로 무중단 운영 환경, 영상회의시스템도 구축했다. 2010년 말에는 국제협력부서와 함께 GISC 후보국 선정을 위한 활동을 추진했다.
남 국장은 “동아시아 기상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면서 “하지만 GISC는 어디에 위치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IT를 가진 곳에 위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세계기상기구 관계자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GISC 유치로 기상청은 실시간으로 수집된 세계 기상 정보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매일 기상청을 거치는 기상 정보는 2만6000여종이다. 하지만 향후 이 정보가 10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기상 정보를 100%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ISC가 없는 국가에 자료수집생산센터(DCPC) 구축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민간 업체들의 수익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기상청의 데이터 교환, 위성자료 처리 등의 기술을 브랜드·패키지화시켜 민간 기상사업자에 이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펼칠 수 있다.
GISC를 유치하면서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에 IT인프라를 지원하는 일이 늘어났다. 기상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적개발원조(ODA) 등으로 해외 기술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상청을 방문하는 해외 담당자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을 이전한다. 한국 기상 기술의 세계화, 그리고 기상영토를 세계로 확장한다는 것이 GISC 유치의 가장 큰 성과다.
남 국장은 “향후 GISC와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연계해 기상기후정보를 국내에서 해외로, 기상 분야에서 타 분야로 확대하는 융합형 정보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뿐만 아니라 도시, 농림, 재생에너지 등과 접목한 스마트 기상기후 서비스 제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GISC는 내년부터 세계적으로 가동된다.
올해 기상산업정보화국은 GISC 유치 및 운영체계 구축 외에도 10여가지 굵직한 사업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것이 웨비게이션 대국민 서비스다. 웨비게이션은 날씨(Weather)와 내비게이션의 합성어로 내비게이션으로 이동경로와 목적지 기상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서비스다. 내달 서비스가 상용화되며 기상실황, 주간예보, 기상특보 등 운전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웨비게이션 서비스를 위해 기상산업정보화국은 2010년 티펙(TPEG, Transfer Protocol Expert Group)용 기상정보(티펙-WEA) 규격을 정의하고 관련 기관·기업에 규격가이드를 공개했다. 지난해 말에는 기상 정보의 방송 송출을 위한 기상정보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시험송출과 홍보영상 배포를 시작했다.
남 국장은 “내달 서비스 상용화와 함께 언론 홍보 및 교통안전 관계기관 초청 설명회를 개최한다”면서 “급변하는 기상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활용하는 3642개 기상관측장비 관측 정보를 공동 활용하는 `국가기상관측자료 표준화 및 공동활용시스템 구축`은 올해 4차 사업을 마지막으로 최종 완료한다. 지난해 3차 사업까지 26개 지자체 및 기관 관측장비의 공동활용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공동활용 정보를 국민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포털과 정책결정을 위한 분석시스템 구축 등 기능 확대가 추진된다.
남 국장은 “기후변화와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가적 감시와 대응은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기관과 지역별로 산재한 관측장비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대국민 기상서비스의 정확도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는 이 외에도 평창동계올림픽 스마트 기상지원 환경 시범구축, 차세대 통합 기상 IT인프라(COMIS-4) 구축, 천리안위성수신시스템 구축, 사이버안전센터 보안관제 운영 등의 사업이 예정돼 있다.
남 국장은 “기상·기후는 국민 생활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환경 요소”라며 “지속적인 정보화 사업으로 국민 생활 편의를 높이고 우리나라 기상예측 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남재철 국장은 1988년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 연구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기상담당 연구원으로 1년간 근무했고 2000년부터 6년간 기상청 기상연구소 예보(해양·원격·응용) 연구실장을 맡았다. 이후 기상산업정보화국 기상산업정책과장, 부산지방기상청장을 거쳐 올해 4월 기상산업정보화국장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