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대선경선이 가열되는 가운데 유력 후보의 에너지정책이 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원자력 발전, 전기요금 현실화 등 향후 대선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별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은 원자력 발전이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는 원전축소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원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상황은 여야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권은 원자력 발전에 대해 변화보다는 유지를, 야권은 원전 축소 및 제로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는 원자력 축소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발전 효율성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며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수명이 다된 원전은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착공되지 않거나 건설계획만 수립 중인 신고리 5·6·7·8 및 신울진 3·4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고 고리 1호기의 재가동과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 문 후보측 입장이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의 현실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는 2040년까지 우리나라를 원전 제로 국가로 만든다는 공약을 마련했다. 김 후보는 “원자력발전소는 전기공급이 끊기면 거대한 핵폭탄이 될 수 있다”며 “저비용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표면적인 장점일 뿐이지 폐로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핵에너지는 경제적인 에너지 대안이 아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발간한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자신의 에너지관에 대해 기술했다. 안 원장은 확대 반대는 물론 기존 원전도 점차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고 핵폐기물 처리와 사고수습 등 모든 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한국전력의 재정상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 하고 과도한 전력소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여권은 원자력 관련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원전 축소 및 완전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는 에너지 정책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당론과 측근 발언으로 유추했을 때 원전 유지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근혜 대선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인 최경환 의원이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 에너지환경을 감안하면 원자력발전을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당시 최 의원은 “원자력은 이번 대선 때 주요 어젠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과연 원전없이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력공급 계획상 원전없이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전기요금 대폭 인상 또한 불가피하다는 것이 배경이다.
김태호 후보도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교류 협력 병행 추진을 목표로 청정에너지 개발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친환경 산업과 온실가스 감축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원전과 관련해서는 현재 확실한 선긋기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김문수, 임태희, 안상수 후보 또한 원전 관련 정책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유선일·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