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줄줄이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공장을 닫거나 인력을 감원하는 것보다 빠르게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키아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키트인 큐티(QT)의 나머지 지분도 소프트웨어업체 디지아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큐티의 라이선스 판권을 넘긴 이후 1년 만에 해당 사업부까지 넘겨준 것이다. 큐티 개발에 참여했던 노키아 인력 125명이 디지아로 옮겨간다. 세바스찬 나이스트롬 노키아 전략총괄은 “핵심팀이 해체되지 않고 고스란히 디지아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큐티는 노키아 고유 운용체계(OS)인 심비안 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툴이다. 노키아의 핵심 사업이었다. 향후 노키아는 MS와 제휴를 맺은 윈도폰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마크 듀란트 대변인은 밝혔다. 심비안이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만큼 섭섭한 마음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키아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업체 브링고(vringo)에 데이터 전송과 통신 처리 등 핵심 기술 500여가지 특허를 팔았다. 가격은 비밀에 붙여졌다. 현재 3만여개의 특허를 더 매각하고자 브링고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 뿐만 아니라 노키아는 HTC와 RIM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특허 포트폴리오 중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는 지난 6월에도 1만명 감원 계획과 함께 프리미엄 휴대폰 자회사 `베르투`를 사모펀드 회사 EQT에 팔았다. 이를 통해 2억유로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베르투는 20만파운드가 넘는 고가폰을 손으로 제조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을 제작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노키아의 자존심이었던 셈이다.
당시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16억유로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