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다음 달 초 선불 데이터정액요금제를 내놓는다. 기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선불요금제와 달리 스마트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그간 일부 이동통신재판매(MVNO)가 도입한 이 요금제를 이통사도 채택하면서 선불요금제가 빠르게 대중화할 전망이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실속 구매에 따른 통신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9월 초 선불 데이터정액요금 상품을 출시한다. 선불 데이터정액요금은 데이터 사용만을 위해 일정 금액을 충전하고 주어진 데이터 양만큼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음성과 문자 중심 선불요금제에서도 데이터 사용이 가능했지만 0.5kB당 0.28원으로, 500MB를 사용하면 28만원이 넘는 비현실적인 요금이 부과됐다.
KT 선불 데이터정액요금은 5000원 100MB, 1만원 500MB로 정해졌다. LG유플러스는 여기에 1만원대 1GB 상품도 추가해 내놓을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기존 후불요금제에 적용되던 추가 데이터요금과 같은 요금”이라며 “선불요금제 사용자도 후불요금 가입자와 비슷하게 데이터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약관 신고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통신비 절감이 가능한 선불요금제 활성화를 위해 선불 데이터정액요금제를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후불요금제 중심의 현행 요금제가 선불로 다변화하면 소비자의 통신서비스 실속 구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시스템 마련과 MVNO 주력 영업 영역과 겹치는 성격이 있다는 이유로 시행이 늦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5%로 확산되면 연간 1076억원, 20%로 증가하면 4304억원의 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6월 말 현재 우리나라 선불요금제 가입자는 125만명이다. 이동전화 가입자(5300만명)의 2.4%에 불과하다. MVNO 영업 본격화와 KT가 지난 5월 출시한 `심플 충전` 요금제 덕분에 소폭 늘었지만 선불요금 가입자가 20%에 육박하는 미국·유럽에 비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MVNO사업자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잠재 MVNO 고객을 대형 이통사가 빼앗아갈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선불요금제 시장을 키우는 효과를 내 오히려 MVNO사업자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MVNO업체 한 관계자는 “선불요금제가 활성화되면 기존 이통시장에 MVNO가 가졌던 보이지 않는 장벽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후불요금제 비교
국내 선불요금제 사용자 수(자료: 방통위·6월 말 현재)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