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보다 주목받은 동메달이 있다. 바로 축구다. 우리 대표팀은 영국 등 유럽 강호를 연파한 후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축구대표팀 주장 구자철 선수가 인터뷰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구 선수는 “동메달이 걸린 한일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있었던 쓰라린 패배 덕분”이라고 말했다. 일 년 전 우리 올림픽 대표팀은 일본에 0 대 3으로 대패했다. 구 선수는 그때 심정과 반성할 부분을 꼼꼼히 기록했고, 경기 전날 그 글을 읽으며 전의를 다졌다. 구 선수는 일 년 전 일을 팀원에게 상기시켰고, 이는 곧바로 팀 사기로 연결됐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구 선수의 활약이 유독 두드러진 이유일 것이다.
![[기자수첩]정치권이 축구대표팀에 배울 점](https://img.etnews.com/photonews/1306/318732_20130619195749_342_0002.jpg)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승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냉정해야 하고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부르짖지만 정작 과거의 잘못을 개선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정치권에 없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경제 성장의 기대감이 충만했다. 그러나 임기가 채 반 년도 안 남은 지금 거둔 성과를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전 정권이 실패한 부분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점이다. 새 정권은 들어서기 무섭게 전 정권에서 일한 사람을 솎아내고 자기 사람을 심기 바빴다. 이때 정권과 크게 관련이 없던 유능한 관료들조차 공직에서 물러났다.
전 정권 인물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잘한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일에 매진했다면 현 정권의 평가는 훨씬 후했을 것이다.
곧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후보자 캠프에서는 기술 정책 거버넌스와 중소기업부 설치 등 다양한 어젠다가 나온다. 그러나 MB 정권의 공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구체성이 없다.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을 일궈내는 지혜, 정치인들이 어린 축구대표 선수들에게 배워야 할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이형수 전자산업부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