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석탄화력 발전사들이 유연탄 운반 전용선으로 사용할 15만톤급 벌크선 공동 입찰을 추진 중이다. 입찰 규모는 최대 4000억원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는 조선업계에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19일 발전회사협력본부에 따르면 5개 발전사는 국내 해운사를 상대로 15만톤급 벌크선 7척 입찰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은 각 한 척씩, 중부발전·남부발전은 두 척의 유연탄 전용선을 확보할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공동 활용도 검토한다.
발전사들이 벌크선 공동입찰에 나선 것은 삼척그린파워 1·2호기, 당진화력 9·10호기, 신보령화력 1·2호기, 태안화력 9·10호기 등 단일 설비용량이 원자력에 버금가는 대형 화력발전소들이 본격 건설에 들어가면서 늘어날 추가 연료의 운반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국내 조선·해운 시장이 위축되면서 관련 산업에 힘을 불어넣자는 취지도 있다.
발전사들은 입찰 대상자 자격 여건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면 다음 달 입찰방식으로 해운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7척이 모두 한 해운사에 입찰될 예정이며, 해운사는 이를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조선소에 주문하는 식으로 건조작업을 진행한다.
박종훈 발전회사협력본부장은 “이번 입찰은 발전회사들의 연료수급 경쟁력 강화 차원도 있지만 침체에 빠진 국내 조선·해운 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추진하는 것”이라며 “발전사는 대규모 입찰로 좀 더 저렴하게 전용선을 확보하고, 해운사는 신규 건조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상호 윈윈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선·해운 업계도 발전사들의 유연탄 전용선 공동 입찰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조선·해운 업계는 이번 입찰 규모가 시황상 35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개 조선사가 한 해 동안 작업하는 전체 물량의 2~3% 수준으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최근 침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규모라는 게 중론이다.
구상옥 삼성중공업 홍보팀 과장은 “15만톤급 벌크선 7척 입찰은 전체 한 해 물량과 비교하면 작지만 한 선사가 이를 모두 수주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며 “실제 입찰조건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국내 선사가 이를 발주한다면 침체된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한몫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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