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전기안전···인재부른다(하)]전기검사 한계 책임적 역할분담이 우선

전기로 인한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안전검사제도의 책임과 역할이 절실하다. 전력공기업이 정기적인 전기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해외 국가들과 달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검사 기관의 법적 책임은 없다.

인천 부평시장의 시장상인이 추가 설치한 전기시설 모습. 비주거 다용이용시설의 전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현행 전기안전검사제도 제제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
인천 부평시장의 시장상인이 추가 설치한 전기시설 모습. 비주거 다용이용시설의 전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현행 전기안전검사제도 제제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

관련 업계는 일반 가정부터 아파트·빌딩 등 자가용 설비와 발전소 및 송·변·배전 설비에 대해 책임 기반의 검사영역 확대 및 역할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에 따라 검사 주체 일원화 및 발전소 등 송배전시설에 전기안전공사의 검사영역 추가를 추진 중이지만 전기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뿐 전기안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반 가정을 포함해 국가전력시설에 전기안전 사고가 발생해도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법에 근거해 보상을 실시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사용 전 점검 등 일원화 방안은 검사기관 사업권이 마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빌미를 제공할 뿐 교통정리 이전에 명확한 법적 책임을 부과해 검사능력 전문성 등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감리사업자가 해당 시설물을 관리 점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 처리 등의 법적 책임을 진다. 일본은 전기사업자가 전력공급과 동시에 자신이 공급하는 수용가에 대한 전기안전검사를 시행, 유지보수부터 사고예방까지 도맡아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발전소 및 송배전 설비는 사업자 소유인 한국전력이 책임지고 유지보수와 사고예방에 나선다. 하지만 이들 국가 시설물 고장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민간소송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한적인 보상만 이뤄진다.

또 아파트 구내설비(자체설비)는 전기사업법상 `자가용 전기설비`로 분류돼 전기안전공사에서 검사를 실시해도 설비·관리 책임은 해당 아파트가 고스란히 진다. 민간은 전문적인 검사 능력을 보유하지 못해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한다. 하지만 이런 기관은 사고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관련업계는 법적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검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발전소를 포함한 송배전 국가전력망 설비는 공급사업자인 한전에서 맡고 일반용 전기설비(고객 구내 배선) 및 재래시장 등은 제도개선을 거쳐 전기안전공사가 전담하는 구조다.

김재언 충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발전소나 송배전은 전문적 검사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지금의 서류검사나 육안검사 등 단순점검으로 검사에 한계가 있어 소유주체인 전기사업자가 책임지고 자체 검사를 해야 한다”며 “자가용설비나 비주거 다중 이용시설에 검사항목과 범위를 강화해 전기안전공사에 맡기는 게 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상의 효율적 역할분담도 책임 기반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