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은 사계절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짧은 봄이 지나면 긴 여름이 시작되고, 긴 여름이 끝나면 짧은 가을이 뒤를 잇고, 짧은 가을의 끝에 다시 긴 겨울이 시작된다.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작을 만나고 시작하는 출발선상에서 끝을 그려본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끝자락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그 출발점에서 다시 끝을 맞이한다. 사계절의 시작은 봄이다. 잠자고 있던 모든 생명체가 보이지 않지만 일제히 부산하게 움직이는 시간, 봄이다.
내게 `봄(spring)`은 `봄(seeing)`이다. 봄이 되면 이전과 다른 눈으로 생명체를 바라보는 시간을 맞이한다. 봄은 약동하는 생명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는 계절이다. 짧은 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긴 여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진다. `여름(summer)`은 `엶(opening)`이다. 여름은 마음을 열고 녹음으로 우거져가는 세상을 한껏 받아들이는 계절이다. 여름에 활짝 열고 작렬하는 태양을 받아들이고 비바람도 견뎌야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는 내가 얼마나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받아들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열매가 맺히고 풍성하게 수확하는 가을은 무엇보다도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이 가장 멋진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fall)`은 `노을(sunset)`이다. 가을은 해질녘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삶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는 계절이다. 일출보다 일몰이 아름다운 것은 저물어가는 저녁노을 속에서 내일 다시 떠오를 희망을 노래할 수 있어서다. 노을 진 저녁,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음에 감동하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가을이 노을과 함께 긴 겨울을 시작하는 시점, 그렇게 시작되는 `겨울(winter)`은 `거울(mirror)`이다. 겨울은 성장을 멈추고 내면을 거울에 비추어 들여다보는 성찰의 계절이다. 겨울은 모든 생명체가 성장(成長)을 멈추고 성숙(成熟)을 위한 성찰(省察)의 시간을 보내는 침묵과 고독의 시간이다. 내면적 성숙 없는 외형적 성장은 쉽게 무너질 수 있으며, 성찰 없는 성숙은 지나친 자기 논리에 갇힐 위험이 있다. 계절마다 고유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의미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사람은 오로지 계절과 함께 계절의 의미를 즐기는 사람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