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

[북스 클로즈업]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존 맥케인을 누르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의 승리 전략 중 하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당시 오바마 후보는 1980년대에 태어나 유권자가 된 32세 이하 `미지의` 유권층을 흡수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은 그간 비정치적이고 비참여적인 유권자로만 인식되다 SNS를 적극 사용하면서 강력하게 결집된 다수로 변모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유권자를 동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오바마 후보는 또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등 SNS로 이들을 공략하고 선거 자금을 모집했다. 소액 기부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에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때 SNS를 통해 청년층의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의료 개혁 입법이라든지 히스패닉계 연방 대법관 임명과 같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표 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젊은 유권자, 이른바 청년층들은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유독 최근에서야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정보기술이 모두를 네트워크로 연결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정보를 확산시키는 속도가 빨라지고 닿는 범위는 최댓값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 20세기와 다르게 21세기 청년 세대가 중요한 선거에서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원인도 바로 이런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도 대선뿐 아니라 국회의원·지자체장 재보궐선거 등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투표를 독려하는 트위터나 문자가 활발히 오고갔다.

산업화 시대에는 사람들이 신문과 방송, 잡지에 의해 선택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강요당했다. 양방향 통신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 의사를 표출하거나 행동에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SNS의 발달로 유권자들은 대중 매체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세계 네트워크를 `헐 값`에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정보화 정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경찰이나 제도 권력이 시민을 탄압하거나 각종 사회 부조리가 발생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이제는 개개인이 `걸어다니는 방송국이자 신문사`인 셈이다. 다수의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이런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주축이 된 네트워크 공론장이야 말로 민주주의 기본에 더욱 가까워진 셈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흥미로운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2012년 한미 양국의 대선을 비롯해 앞으로 있을 중요한 선거의 향배를 짐작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한종우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가격 1만6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