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전국 4대 강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녹조현상이 나타나 골칫거리가 됐다. 그 와중에 녹조류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기술이 소개돼 화제가 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 10일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라는 고지질 녹조류에서 수송용 바이오디젤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한강이나 낙동강 등지에서 나타난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녹조류를 바이오디젤 생산에 활용할 수 있으면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 이미 생긴 녹조를 처리하고 국내에서 원료를 얻기 때문에 연료 생산비, 수송비를 모두 아낄 수 있다. 녹조류는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물·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배양할 수 있어 구하기도 쉽다.
아쉽게도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 기술로는 4대강에서 발생한 녹조류는 불순물이 많아 경제성 있는 바이오디젤을 뽑아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녹조현상을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바이오디젤은 꾸준히 연구돼 왔다. 지난 2008년 한국해양연구원은 제주도 연안 녹조 주범인 구멍갈파래를 이용,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성공했다. 같은 해 11월부터는 한중 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중국 연안에 발생하는 녹조현상 주범인 가시파래에서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현실적인 대안 에너지=바이오연료는 친환경 연료를 뽑아내는 신종 에너지로 주목받았다. 태양광이나 조력과 풍력 발전 같은 대체 에너지로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지만 식물에서 추출하는 바이오연료는 성장이 빠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바이오연료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석유나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바이오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욕구가 크다.
브라질은 바이오 연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로 이미 2008년 자동차 휘발유 40%가 바이오연료로 대체됐다. 공공보조금을 지급해 사탕수수 산업을 육성, 에탄올을 생산해왔다. 미국 역시 오바마 정부가 출범할 때 10년간 1500억달러 이상을 바이오에너지 분야에 투자키로 했다. 옥수수 벨트를 조성해 바이오연료 추출용 식물 재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옥수수·사탕수수 등 식용 작물이 1세대 바이오연료라면 짚이나 목재 같은 비(非)식용 작물과 재활용 원료가 2세대 바이오연료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호주 콴타스 항공과 네덜란드 KLM 항공이 자사 비행기 연료를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바이오연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1·2세대 바이오연료 부작용=바이오연료는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지만 다수 부작용이 보고됐다. 브라질은 바이오연료에 쓰이는 사탕수수밭을 만들기 위해 밀림의 나무를 벌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4위라는 오명을 썼다.
좀 더 많은 기름을 얻고자 콩이나 옥수수·목화 유전자를 조작해 무분별하게 재배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뉴필드 생명윤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개발도상국가 삼림을 파괴하고 토착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식용작물을 바이오연료로 이용해 전 세계 식량위기 주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생산되는 옥수수의 60%, 50%가 바이오연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3세대 해양 바이오연료, 상용화 관심=식물성 플랑크톤인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이용해 세포에 지방을 축적한다. LG경제연구원이 2010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50%가 기름으로 구성된 미세조류는 생산량이나 효율성 면에서 기존 연료보다 월등하다. 1세대 원료 중 가장 효율이 높은 오일팜보다 생산성이 1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폐수를 활용하면 질소나 인 등 녹조현상을 발생시키는 성분을 오히려 영양분으로 이용, 수질 정화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양 조류가 1·2세대 바이오연료의 부작용을 해소할 해결사로 등장한 건 1980년대 초반이지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건 2007년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해양 조류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방법, 효율적으로 수확하는 방법, 바이오연료를 추출하는 방법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는 미세조류 배양 실증단지를 지난해 11월 준공하고 연구에 들어갔다. 1만2000㎡ 부지에 미세조류 원종 분리·보관실, 균주 접종실, 소량 배양실, 중대형 배양장 등을 갖췄다. 지난해 한국해양연구원은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단가를 2013년까지 1리터당 2500원 수준으로 낮추는 연구를 시작했다. 롯데건설·애경유화·호남석유화학이 공동 참여하는 이 연구에서 2013년 10만헥타르(ha) 규모 배양·추출·정제시설을 갖춘 바이오디젤 생산단지를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013년까지 녹조류 에너지화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2014년 실증연구를 시작한다. 연구가 마무리되면 바이오디젤 생산단가가 리터당 0.7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에너지연 관계자는 “아직 녹조류 바이오연료 개발 분야는 초기 단계로 오는 2020년 정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현상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식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는 이보다 늦을 전망이다. 물을 가둬놓고 일정한 틀 안에서 조류를 배양하는 배양 단지와 달리 강에 흩어져 있는 식물을 수확하기 쉽지 않다. 클로렐라나 파래 등 고지질 조류를 분류해 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