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가 하나가 되기 위해 나섰습니다.” 지난 5월 IT벤처포럼이 출범했다. IT벤처인 모임이다. 총대를 멘 의장이 의외다.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는 박기오 웰게이트 사장이다. 의장 수락 결정을 두고 “엉뚱하게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는 강한 애착과 열의가 보였다. 업계가 기대한 그대로다.
“IT벤처끼리 소통의 장이 필요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처한 문제점을 찾아고 해결하는 곳이 필요합니다.” IT벤처포럼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IT벤처기업연합회 당시부터 `IT사랑방`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연합회는 2008년 벤처기업협회와 통합했다. 박 사장은 IT벤처인 네트워크인 IT사랑방에 꾸준히 참석하며 애착을 보였다.
포럼 출범 배경으로 `산업`과 `업계` 발전을 강조했다. “IT벤처는 신성장동력 분야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대기업이 규모나 기술 검증이 안돼 뛰어들지 않는 분야입니다. 기술 전문성이 필요하고 업계끼리 고민과 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장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박 의장은 포럼 활성화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일주일에 한번 운영위원회를 열어 위원들의 의견을 받는다. 기술 제안도 나오고 소프트웨어(SW) 제값 받기 문화 안착 얘기도 나왔다. 병역특례 등 인력 문제, 대기업 기술유출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박 의장은 이들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제안한다.
그는 “포럼에는 산업계와 대학·연구기관 등의 IT벤처 전문가가 모였다”며 “이들의 중지를 모아 가장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사업과 정책부터 하나씩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IT벤처가 힘을 합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환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개발 환경도 바꿔 놓았고 제품 간 통합 환경도 제공합니다. 이에 맞춰 발 빠르게 변신한 기업은 많은 사업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신규 사업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박 의장은 이 같은 변화 흐름에 맞춰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지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새로운 패러다임 도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IT 강국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우리 업계가 시장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기 바쁜 모양새입니다. IT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총괄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는 정부의 IT융합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IT가 발전해야 IT융합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IT산업 융합이 IT를 대변할 수는 없다”며 “삼성전자·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열거하기 힘든 대부분의 기업이 IT업체지 IT융합업체가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많은 IT벤처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환경이라는 좋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체가 오히려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업계의 정보력 부실과 정부의 정책 부재를 요인으로 꼽았다.
박 의장은 포럼이 이 같은 한계를 개선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포럼이 업계 정보교류를 넘어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입니다.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과 건의로 IT생태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