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스마트폰을 사용해 최신 신문기사를 검색하고 날씨 정보를 확인하며 맛집 정보나 버스노선을 살펴본다. 궁금한 부분은 즉시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올림픽 등 스포츠 경기 방송을 보면서 열광하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다. 4G 롱텀에벌루션(LTE) 휴대폰이 출시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수년 안에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더 이상 책을 들고 다니지 않고 스마트패드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새로운 교육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3차원 실감통신과 가상현실 서비스가 등장하면 많은 사람이 사이버 공간과 현실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네트워크를 통해 만나고 싶은 얼굴을 서로 보고 연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사와 건강을 상담하고 주변 맛집 관광과 철도 및 비행기표 예약을 위한 여행 도우미가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네트워크는 단순히 방송과 통신서비스를 넘어서 교육·금융·의료·교통·에너지와 환경 등 기존 모든 산업의 중추적인 신경망으로 변신한다. 네트워크가 무인 전기자동차, 스마트 에너지, 원격제어 로봇, 바이오와 원격의료 기술 등 정보기술(IT) 융합을 위한 모든 산업의 기간 인프라로 탈바꿈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러나 우리 통신망 형태를 보면 단순히 방송과 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행정 전산망, 교통·철도·항공·항만 통신망, 공공·치안·안전·재난 통신망, u시티·환경·원격 감시망, 에너지·석유·전력망, 의료망, 금융 유통망, 국방과 자가망 등 4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망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이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정부에서만 매년 10조원의 예산을 지출한다. 민간 부문까지 합치면 매년 20조원 이상을 네트워크 인프라 유지에 사용한다. 이는 네트워크가 한번 구축되면 도시 빌딩이나 교량 건설과 달리 자동차처럼 항상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로 통합할 때 비용을 줄여 장비의 감가상각비와 유지보수비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 기간산업 측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망을 구축하고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분별하게 독자적으로 망을 구축하게 하지 말고 전체적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 뒷골목이나 지하철 벽면에 어지럽게 널린 통신케이블을 보고 `저렇게 내버려 둬도 통신이 잘되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사회간접자본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일된 원칙 없이 모든 기관이나 집단에서 필요에 따라 임의로 구축한 탓이다.
미래의 행복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
첫째, 네트워크는 수백년 지속할 국가 사회적인 간접자본이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의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는 모든 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는 디지털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서나 산악 지역이라도 필요한 의료나 교육 서비스를 받고 도시와 시골이 정보격차를 느끼지 않게 할 `보편적인 정보 접근성`을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보유한 공공 정보뿐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가 보유한 공익 지식 자원을 누구나 쉽게 활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네트워크와 다양한 공공 지식정보 자원을 활용해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업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서로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냉혹한 사회가 아니라 서로 도와주며 더불어 사는 공존 사회,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는 공감 문화, 건강과 행복을 함께하는 공유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누구나 살아갈 가치가 있는 행복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런던올림픽 5위를 달성한 우리나라의 저력으로 휴대폰과 반도체, 자동차만 수출하는 경제 선진국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까지 포함한 새로운 행복 선진국 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
최준균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jkchoi59@kaist.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