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지난 몇년간 수집해온 국가 공간정보를 민간에 개방한다.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민간에 개방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취지다. 국토부는 지난해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인 `브이월드`를 구축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에서는 공간정보 개방을 놓고 부족한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정책을 총괄하는 송석준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을 만나 방안을 들어봤다.
“공간정보 정책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행정업무 효율화를 위해 정책이 추진됐지만 이제는 공간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가치 창출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송석준 정책관은 과거 공간정보 정책이 수동적이었다면 이제는 능동적인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가 공간정보를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1994년 말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이후부터다. 당시 지하시설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해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로 본격적인 국가 공간정보 통합 관리를 추진했다. 상수도·하수도·전기·가스·통신·난방·송유관 등에 대한 지하정보를 전산화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을 설립, 해상도 높은 지도를 만들고 이를 3차원(D)화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송 정책관은 “당시 국가가 쌓아온 수많은 공간정보가 대부분 정부 행정업무에 활용되는 데 그쳐 국민들에게는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200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공간정보를 민간에 개방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공간정보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 셈이다.
그러나 민간에 공간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각기 흩어져 관리되던 공간정보를 하나로 통합해야 했다. 당시 공간정보는 23개 기관, 76개 정보시스템에 산재돼 관리됐다. 2008년부터 이를 통합하는 국가공간정보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올해 마지막으로 모두 완료한다. 부처별로 나눠 진행하던 공간정보 업무도 통합했다. 현 정부 초기 행정안전부의 지적 업무가 국토해양부로 이관된 것이다. 담당하는 부서도 과거 1개 과에서 1개 정책관실 4개 과로 확대했다.
송 정책관은 “공간정보 정책 패러다임 변화는 생산·유통·활용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활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간정보 생산이 과거 내부 목적으로 만들어져 왔다면 이제는 수요자 입장에서 활용 차원으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수요자가 편리하게 공간정보를 가져다 사용할 수 있도록 유통체계도 혁신한다.
핵심은 활용이다. 송 정책관은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기반 브이월드는 공간정보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이 활용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대한지적공사, NHN, 다음, KT 4개 사업자가 출연해 설립된 기관이다.
민간의 공간정보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 대해 불만도 나온다. 정부는 공간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장만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 서비스까지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우려다. 이에 대해 송 정책관은 “정부는 민간에서 공간정보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인프라만 제공할 뿐”이라며 “콘텐츠와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민간의 몫”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간정보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정책관은 공간정보를 융합한 대표적인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골프존`을 들었다. 스포츠, 게임, 문화 등에 공간정보를 융합하면 제2의 골프존 같인 비즈니스들이 탄생될 것이라는 게 송 정책관 생각이다.
공간정보 민간 개방을 놓고 송 정책관이 고민하는 또 하나는 데이터 정합성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실제와 대장간에 불일치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아졌다. 공부에 등록된 정보와 실제 정보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송 정책관은 “지적 불일치가 상당히 큰 문제”라며 “행정정보 일원화 사업으로 상당 부분은 정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행정정보일원화 사업을 2015년까지 진행, 모든 불일치 정보를 정비할 계획이다.
공간정보 해외 수출도 적극 추진한다. 지난 7월 페루, 우루과이, 칠레 등 중남미 3개국을 직접 방문했다. 당시 송 정책관은 칠레에서는 공간정보 협력 정례화 방안을 협의하고 국가자산부 장관을 면담했다. 우루과이에서는 모바일 서비스 등 관심사항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농림축산부 관련 실·국장을 만났다. 페루에서는 측량 및 지적분야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담당 부처인 법무부 실·국장도 면담했다.
공간정보 분야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개방형공간정보컨소시엄(OGC) 심포지엄도 국내에서 개최한다. 10월 10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2012 디지털국토엑스포`에서 OGC 심포지엄도 함께 열린다. 송 정책관은 “공간정보 국제 표준 마련 및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표준에 맞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 관련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1964년 경기 출생으로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공직에 입문해 건설교통부 주택국 주거복지과장, 주거복지지원팀장, 국토균형발전본부 복합도시개발팀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국토해양부 재정담당행정관, 국무총리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국장을 거쳐 지난 2월부터 국토정보정책관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