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국 특허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 11부)는 24일 애플이 2건, 삼성전자가 1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하고 양사 해당 제품에 대해 제조, 판매 금지, 폐기를 명령했다. 특허전문가들은 한국 법원 판결 내용을 분석하면 삼성전자의 완승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애플 제품이 이동통신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방법과 장치에 대한 특허인 900특허 등 2건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애플 소송에 대해서는 유저인터페이스(UI)와 관련된 `바운스 백` 특허만 침해를 인정했다.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양헌 변호사는 “애플이 주장한 디자인 특허 침해 등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으며 삼성전자가 침해한 바운스 백 UI특허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우회가 가능해 파장이 작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달리 삼성전자가 주장한 통신표준특허 침해는 2건이나 인정됐다”며 “애플의 특허 소진론이나 디자인 특허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방어 먹혔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애플이 강력히 주장한 디자인 특허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SW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사용자인터페이스 관련 특허인 `바운스 백`만 일부 인정했다.
배준현 부장판사는 “터치스크린을 가진 이동통신기기에 대한 정면 디자인은 디자인 변형 폭 자체가 크지 않고 소비자들은 작은 변형에도 다른 심미감을 느낀다”며 “애플 디자인과 구성요소는 매우 단순하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정면 하단 버튼 모양, 개수, 측면 곡선, 카메라 디자인 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배 판사는 “소비자가 이동통신기기를 구매할 때 단순히 외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운용체계와 성능, 상표, 작동법, 애플리케이션, 가격, AS, 호환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소비자가 애플과 삼성 제품을 혼돈할 가능성이 없어 애플의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사 피해는 제한적=이번 판결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S2, 갤럭시탭, 갤럭시탭10.1 등 총 12개 제품을, 애플은 아이폰3GS, 4, 아이패드1,2에 대한 한국 내 판매가 금지됐다. 또 이들 제품에 대한 제조를 할 수 없고 반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이번 재판 대상 모델이 구형 제품으로 당장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나 피해는 제한적이다.
국내 시장서 삼성전자 주력 제품은 갤럭시S3이며 애플은 아이폰4S인데 이들 제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미국과 달리 손해배상액도 적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각각 양사에 4000만원과 25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법원은 오늘 판결에 대한 가집행을 선고했는데 양사가 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양사 모두 오늘 본안 소송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보여 당장 손해를 배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삼성전자 애플 판결 내용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