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SW)로 정의하는 네트워크인 SDN(Software-Defined Networking)이 네트워크 분야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SDN은 스위치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의 제어 부분을 데이터 전송 부분과 분리하고, 네트워크 장비의 기능을 정의할 수 있는 오픈 API를 외부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된 소프트웨어로 다양한 네트워크 경로 설정 및 제어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중요한 점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에서는 불가능했던 `SW로 네트워크를 프로그램하고 정의한다`는 것이다. SDN 기술의 시작은 스탠퍼드대학의 오픈플로 기술에서 비롯됐다. 처음 오픈플로 기술은 초기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네트워크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스위치의 제어 부문을 중앙집중적인 구조로 분리하고, 플로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기술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오픈플로 기술은 2010년부터 구글의 데이터센터(IDC) 연결을 위한 G-스케일 프로젝트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글로벌 IDC 연결에 운영되는 모든 내부 네트워크에 오픈플로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1년에는 구글, 페이스북, 야후과 같은 서비스사업자와 모여, 일본의 NTT, NEC 등과 함께 오픈플로 상용화를 위한 컨소시엄인 ONF(Open Networking Foundation)을 구성, 공격적인 SDN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SDN은 단순 오픈플로 기술을 넘어서, 다양한 네트워크 표준들을 아우르는 서비스사업자, 제조업체, 통신사업자 등이 모두 인정하는 네트워크 시장의 대세 중에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SDN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트워크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 향상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통해 현재 침체되어 있는 네트워크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NTT, NEC 등에서 오픈플로 기술을 자사의 고객망에 실험적으로 선도입한 결과, 통신운영 및 관리 비용을 10~30%까지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 인터넷의 첫 번째 도입 모델로서 스마트 인터넷을 정의하고, 정부와 산학연이 합심해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스마트 인터넷 실현을 위한 핵심 실현 기술로는 대표적으로 SDN 기술을 고려해 기획 중이다. SDN 기술 도입을 통해 현재 최고 수준의 국내 인터넷망을 좀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달 둘째주는 미래인터넷 주간으로 9월 10일부터 5일간 서울 임페리얼 펠리스호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미래인터넷포럼이 공동 주관하는 글로벌 행사인 `글로벌 미래인터넷 서밋(GFI Summit)`과 `미래인터넷 콘퍼런스(CFI 2012)`가 개최돼 미래 인터넷과 SDN에 대한 논의와 발표, 시연 등이 있을 예정이다. SDN은 새로운 네트워크 비즈니스 생태계 도래라는 차원에서 보면, 국내 SDN의 보급은 처음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도입된 지 30년 만에 맞는 또 다른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다. 앞으로 구축될 SDN 비즈니스 생태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여부가 미래 인터넷의 첫 번째 비즈니스로서 고사 직전의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및 세계 시장 교두보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우연은 30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인터넷 시작을 알렸던 ETRI(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 간 연결 네트워크 이름도 바로 SDN(Software-Development Network)이라는 것이다.
신명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mkshin@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