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발인력난 10년째... 해결책은 없나?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업종의 특성상 처우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팹리스 업체들이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반도체 업체들을 수요 기업들에 알릴 수 있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설계분야 구인난은 이공계 고급인재 풀 규모 자체가 점점 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첨단 기술을 개발할 고급 인재인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석·박사 졸업자는 지난 2002년 2만2061명으로 전체 졸업자 중 34.6%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에는 26.9%에 머물렀다. 인구 100만명당 이공계 박사 수를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포르투갈·영국·독일·프랑스·미국·스페인 등에 이은 18위(2009년 기준)다. OECD 가입국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석·박사를 나온 이공계 인력이 많지 않은데다 쓸 만한 인력은 더 적다”며 “게다가 기껏 채용해 3~5년 가르쳐 놓으면 대기업 경력직으로 이동해 인력관리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개발 인력 구인난은 비단 반도체 설계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반도체 설계 시장의 경우 인력 시장 자체가 작고 시장 상황에 따라 무조건 수급 여건도 변하는 만큼 적절한 규모의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의 `정보 부재`도 또 다른 문제다. 대기업을 제외하면 학부생들 가운데 경쟁력 있는 팹리스 기업의 현황을 아는 이가 드물다. 또 다른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후원하는 대학 순회 설명회를 했을 때 학생들이 보인 공통적인 현상은 국내 팹리스 업체의 현황이나 비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라며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한 결과 뜻있는 학생들이 졸업 후 1지망으로 우리 회사를 적어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부 및 석박사 인력을 대상으로 반도체 설계 업계의 현황과 처우, 비전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더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팹리스 업체와 수요 인력을 연계하는 각종 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설계 인력 유치를 위해 대학 내 연구소를 설치하는 ITRC사업과 수요 연계 장학금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설계에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에 소프트웨어 인력은 넘쳐나지만 반도체와 임베디드를 비롯한 하드웨어 분야를 이해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반도체업체와 대학이 힘을 모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교과과정 신설 등을 바탕으로 새 인력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