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배울수록 배울 게 많아지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래서 골프는 질리지 않지만 어려운 스포츠이기도 하다. 골프를 즐길 때 캐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디(Caddie)는 16세기 영국 에든버러에서 포터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른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초기에는 잔심부름이나 말 그대로 포터 역할을 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현대 골프로 넘어오면서 캐디는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닌 경기 보조자로 자리매김했다. 플레이어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동시에 경기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골프 경기를 위한 조언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격 거품을 뺀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기고 소셜이나 전문 커뮤니티를 통한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위해 아예 캐디가 없거나 가격을 낮춘 초보 캐디를 배치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면에선 득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정확한 조언도 줄어든 셈이다.

◇ 21세기 골프장 차지한 `디지털 캐디`=그래서인지 이런 자리를 대체하는 디지털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캐디`가 21세기 골프장의 조언자로 나선 것. 보이스캐디(모델명 VC200)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페어웨이 공략을 돕는 디지털 제품으로 국내외 2만 5,0000여 개에 이르는 골프장 지형 정보를 담고 있다. GPS 모듈까지 더해 지형 정보와 대조, 그린 중앙까지의 거리를 곧바로 알려준다. "여기에서 몇 미터나 남았냐"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는 것. 무게도 24g으로 가벼운 데다 손으로 살짝 터치만 하면 목소리로 거리를 안내해주는 만큼 경기 진행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본체 안에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내장해 2시간 충전하면 9시간까지 연속 사용할 수 있다. GPS 오차범위도 3~5m 이내다.
물론 이 제품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명언을 빌리자면 결국 골프는 "볼을 구멍에 넣는 게임"이다. 골프백에서 볼을 구멍에 넣어줄 `종결자`는 결국 퍼터뿐이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린캐디(모델명 GC-100)는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제품이다. 골프 게임 성적을 좌우할 그린에서의 게임을 돕는 디지털 캐디인 것. 이 제품은 홀컵까지의 거리는 물론 퍼팅 경사도, 기울기 방향을 모두 짚어내서 플레이어에게 알려준다.
모드는 모두 3개. 일반 경사도 측정과 특정 경사도 측정, 거리 측정이 그것이다. 본체를 45도 이상으로 세워놓으면 알아서 거리 측정 모드로 바뀐다. 반대로 45도 이하로 놔두면 경사도 측정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단순히 경사각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 홀컵까지 가늠선만 일직선으로 맞추면 홀컵까지 거리를 손쉽게 잴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다. 측정 거리도 30m까지 가능하다.
물론 퍼팅 경사도나 기울기 방향도 0.1도에서 44도까지 19.9도 미만이면 0.1도 단위, 20도 이상이면 1도 단위로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도 매력 포인트. 3V 교체형 배터리를 내장했고 1회 3분 기준으로 1만 회까지 연속 사용할 수 있다. 색상도 핑크와 블루, 라임, 오렌지, 퍼플 5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고 볼마커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

◇ 골프장 점령한 디지털 코드=이들 디지털 캐디 제품은 "홀컵은 항상 생각하는 것보다 멀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골프존 같은 스크린골프에서 접하는 캐디 서비스처럼 아날로그 공간에서 `디지털 캐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페어웨이와 그린 공략을 돕는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디지털 골프 용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존은 RFID를 접목한 골프 연습장으로 레슨 시장에 뛰어들었고 디지털 볼마커나 스코어카드, 심지어 적정 악력을 알려주는 디지털 골프장갑까지 다양하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프산업 규모는 연간 30조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디지털로 무장한 골프용품이 시장 규모 확대와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장에 뛰어든 디지털 제품이 디지털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