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창환 에프엑스기어 대표

[이사람]이창환 에프엑스기어 대표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시장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기술력만 있으면 충분히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이제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먼저 찾고, 역량을 집중해 우리나라 특수효과 산업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이창환 에프엑스기어 사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많은 CEO들이 하는 것처럼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다.

에프엑스기업는 2006년 국내 특수효과(FX)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기업이다. 처음에는 대학생이 창업한 그저 그런 벤처기업 중 하나로 인식했지만, 곧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수효과(FX) 분야의 기어(핵심)라는 의미인 회사 이름대로 기술력만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국내에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에프엑스기어는 2007년 드림웍스와 공급계약을 맺는 쾌거를 거둔다. 이 회사가 공급한 솔루션은 인기 애니매이션 슈렉4에 적용됐다.

에프엑스기어는 처음부터 모든 특수효과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의류, 머리카락, 동물 털 등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는 사람의 손으로 한 컷씩 모두 그려야 했다. 에프엑스기어 솔루션이 사용되면서 애니매이션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해외 시장에서 회사 인지도는 높아졌고, 유명 투자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결국 소프트뱅크로부터 수십억원 투자를 받게 됐고, 영화특수효과 사업에 진출했다.

거칠 것이 없었고, 성공은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교만은 회사를 거짓말처럼 위기로 몰아넣었다.

“국내 영화 시장은 급성장했는데, 특수효과 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작았습니다. 시장 조사조차 미흡했던 거죠. SW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영화계 풍토도 회사를 운영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영화특수효과 사업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기존 사업마저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초 이창환 사장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회사의 모든 역량을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이 최고라는 엔지니어의 자존심을 내려놓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그러나 CEO가 변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에프엑스기어는 게임, 온라인쇼핑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술력 수준이 높지 않다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분야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보다 시장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기술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기술만 봤다면, 지금은 시장도 같이 보는 조화를 찾은 거죠. 지난 실패가 비싼 수업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