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 `대체로` 정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살아가면서 착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사소하게 저지른 잘못 정도는 괜찮다고 여기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직한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본인이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을 떠나 조직 구성원으로 입장이 바뀌면 이런 착각(?)이 쉽지 않다. 조직이 거짓과 부정을 요구할 때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기 힘들어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나약한 조직원 입장에서는 윤리적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책은 개개인에게 `정직` 여부를 묻는다. 이어서 당신은 조직 내에서 정직할 수가 없다고 단정한다. 개인이 헤쳐나오기 힘든 구조적인 함정을 조직이 만들어놓는 탓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정직`은 조직 내에서 생존을 위한 개인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조직은 부정을 강요하지만 그 부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조직의 부정적 요구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 비굴하지만 나름의 생존법이라 여겨온 나약한 개인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핵심은 `개인의 윤리적 생존법`이다. 어떻게 하면 정직을 유지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조직 내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데다 상사나 회사가 더 이상 나를 지켜줄리 없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생존법은 그래서 족집게 선생의 요점 정리와 같이 알차다.
저자는 윤리적 가치가 충성과 상충된다고 혼동하기 때문에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고 규정한다. 대체로 상사와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상사의 작은 실수나 거짓말을 감싸주는 것이 상사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릇된 충성이 결국 자신은 물론 상사까지 망칠 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이 제안하는 생존법은 `윤리 나침반`이다.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윤리적 양심을 지키는 것이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우선 찾고 이후에 회사나 상사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면 된다고 곁들였다. 언제나 이론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상황별 윤리 나침반 활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실천을 도와준다. 윤리나침반을 통해 딜레마를 극복한 사람들의 얘기와 조언을 담아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졌던 경험자들의 얘기다.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하지만 입맛은 씁쓸해진다.
낸 드마스 지음. 정경한 옮김. MID 펴냄. 1만5000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