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 변신하는 야누스, 메르세데스-벤츠 SLK55 AMG

와! 스타일이 멋지다. 흰색 차체에 검정색으로 강조한 AMG 바디는 기본형 SLK보다 몇 배는 더 멋있어 보인다. 진짜 `55 AMG`가 아니더라도 기본형 SLK에 AMG 바디 패키지가 꼭 빨리 적용되기를 기대해야겠다.

[신차드라이브] 변신하는 야누스, 메르세데스-벤츠 SLK55 AMG

하드탑 컨버터블 2인승 로드스터인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고성능 버전 SLK55 AMG는 우선 멋진 스타일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시승차는 다소 심심해질 수 있는 흰색 차체지만 여기저기 뚫려 있는 크고 작은 검정색 구멍들과 검정색 알로이 휠이 강렬한 팬더 룩을 이루면서 과격한 인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도어를 열면 실내도 검정색 투톤 처리된 가죽과 알루미늄, 카본 등으로 화려함과 스포티함이 한껏 묻어난다. AMG 전용 계기판과 우락부락한 스티어링 휠도 멋지다. 이 정도면 정말 스타일만으로도 본전을 다 뽑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작은 차체의 후드 속에 무시무시한 8기통 5.5리터 엔진이 도사리고 있으니 겉모습만 보고 감탄을 끝내는 것은 지나치게 경솔한 처사다. 고급스러운 은색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AMG의 상징인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421마력의 엔진이 깨어난다. 5.5리터 자연흡기, 5리터 수퍼차저, 6.3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거쳐 현재는 5.5리터 자연흡기와 트윈터보로 진용을 갖춘 AMG 엔진 중에서 5.5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여러 63 AMG 모델에 얹히고, SLK는 대대로 그래왔던 것처럼 조금 낮은 출력의 5.5리터 자연흡기를 채택했다. 장인 한 사람이 모든 조립과정을 책임지고 완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AMG 엔진은 커버에 조립을 맡은 장인의 사인이 새겨진 명판이 붙어 있다.

이번에 얹힌 5.5리터 자연흡기 V8 AMG 엔진은 강력한 421마력도 돋보이지만 평상시 그다지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8개의 실린더 중 4개를 일시 정지시키는 엔진 매니지먼트 기능이 장착돼 있어 연비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엔진 매니지먼트는 `C`모드에서 `ECO`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되며, 내리막길을 달릴 때나 평지에서 가속하지 않고 순항할 때 자동으로 4개의 실린더는 꺼버리게 되는데, 이 때 계기판 가운데 `ECO8`이라고 적혀있던 것이 `ECO4`로 표시되면서 엔진 매니지먼트 상황을 표시해준다. 수시로 ECO8과 ECO4가 전환되지만 운전자는 전혀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어되는 점이 놀랍다.

시승차에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도 장착되어 있는데 지붕의 유리 부분이 짙은 파란색으로 햇빛을 차단하고 있다가 버튼만 한번 누르면 즉시 투명해지면서 채광을 높여준다.

달리기는 통쾌하다. 엔진의 회전이 매끄럽고 빠르게 상승하면서 대배기량 엔진의 넉넉한 토크가 작은 차체를 밀어 붙이는 짜릿함은 독일차의 느낌보다 미국 머슬카의 느낌에 가깝다. 반면 63 AMG들이나 이전 세대의 55 AMG들의 배기 사운드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던 것과는 달리 SLK55 AMG의 그것은 상대적으로 사뭇 얌전한 편이다.

0~100㎞/h 가속에는 4.6초가 걸린다. 넘치는 파워를 뒷바퀴에 몰아서 뿜어 낼 때는 뒤 꽁무니가 여지없이 흔들린다. 하지만 초대 SLK에 비하면 뒷바퀴 그립도 많이 향상된 편이다. 그래도 더 뛰어난 균형과 그립을 원한다면 뒷바퀴는 타이어 사이즈를 키우는 게 좋겠다. 물론 뒤가 흐른다 싶으면 정교한 ESP가 아주 신속하게 개입해서 자세를 바로 잡아 준다. 하드탑을 열면 무거운 철판 지붕이 트렁크에 수납되면서 뒷바퀴의 그립이 높아지고 밸런스도 더 좋아진다.

서킷이나 산길의 코너링을 예리하게 즐기고 싶다면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듀얼클러치 방식이 아닌 AMG 스피드시프트 플러스 7G-트로닉 7단 변속기는 변속시간이 느린 편이고, 기어를 내릴 때 회전 수 매칭을 해주지 않아 울컥거림이 여전하다. 작은 차체에 강력한 엔진으로 완성한 파워이미지가 변속기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지붕을 열고 강렬한 배기음을 즐기면서 무섭게 내 달리는 SLK55 AMG는 연비와 퍼포먼스 양면에서 모두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