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연구소]에이텍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벨리 연구단지의 한 신축건물. 태풍 볼라벤이 건물 유리외벽을 거세게 때렸다. 직원들이 분주하게 이삿짐을 정리하는 사이에 `에이텍 연구실`이란 팻말이 붙은 방 안쪽은 차분했다. 젊은 연구원이 해외에서 수주 받은 제품 납기를 맞추기 위한 연구원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각 교통카드 단말기에 서너명의 연구원이 붙어 뭔가를 측정하고 조립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1등 연구소]에이텍

교통솔루션 전문 업체 에이텍(대표 신승영)은 최근 본사를 서울 서초동에서 판교로 옮겼다. 본사를 옮기고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연구소가 넓어진 것. 이인홍 연구소장은 “서울에서는 공간이 좁아 연구원들이 한데 모이질 못했습니다. 이제 넓은 공간에 모여 함께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소 확장을 위해 이사를 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교통솔루션·디스플레이·SI를 주력으로 하는 에이텍은 최근 상승 가도를 달린다. 해마다 매출이 늘고 판로도 국내에서 해외로 넓어졌다. 콜롬비아 보고타시에 버스 단말기를 스마트카드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수주했다. 내년까지 단말기 1만대를 공급해야 한다.

에이텍 성장 동력은 120명으로 구성된 연구소에 있다. 고객 요구사항을 최대한 빠르게 적용 공급하는 시스템을 연구소에 갖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소품종 대량 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 한다”며 “쉽게 말해 다양한 고객 요구를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에이텍 전략에 고객들은 만족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일이 두 배 이상 많아진다. 그럼에도 연구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이를 잘 소화한다. 지난 6년간 교통솔루션 분야를 집중 연구·개발해 온 기술과 노하우 때문이다. 서울시내 지하철 1회권을 스마트카드로 바꾼 장본인이 바로 에이텍이다. 2009년 지하철역 정산기와 환급기 등 2000여 시스템을 도맡아 설치했다.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 연구원은 “고객 요구로 디자인만 여섯 번을 바꿀 정도로 어려웠던 작업”이라며 “6개월 동안 집에도 못갈 정도로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차별화될 노하우로 남는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 중 박사급은 없다. 석사급이 13명 정도며 나머지는 학사 출신이다. 하지만 성과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박사급 못지않다. 해마다 많은 특허가 출원돼 이 가운데 정책적으로 중요한 20개 특허만 가려 유지할 정도다.

탁월한 성과의 배경에는 철저한 `멘토링` 제도가 있다. 학위나 소위 `스펙`보다는 필요기술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멘토와 멘티를 적절히 묶어주는 것. 이 소장은 “최근에 스마트폰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하드웨어 전문 엔지니어가 이직을 많이 하는데 이들은 스마트카드 분야를 잘 모른다”며 “이들을 멘토와 멘티로 묶어주면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원에 대한 교육도 강점이다. 연구원 개인은 일년에 최소 1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히 연구원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은 단순 기술교육이 아니다. 주어진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대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소위 `사업가적` 마인드를 길러주는 것이다. 신승영 대표는 “현재 보고타에 있는 엔지니어 6명은 기술적 지원은 물론 현지에서는 회사를 대표 한다”며 “이들이 사업가적인 마인드나 행동이 없으면 일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도 현장에 변화하고 대응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설명이다.

에이텍은 올해 매출 1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 연구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평범한 사람들이 들어와 비범한 성과를 내는 조직`이 바로 연구소의 모토”라며 “교육과 멘토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에이텍의 심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