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병천 별정우체국중앙회장

“솔직히 얘기해 봅시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제주도 마라도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도 270원이면 족합니다. 이 돈으로 전화 통화를 하려면 안부 몇마디 나누면 끝입니다. 경제논리로는 풀 수 없는 이 셈법이 가능한 건 별정우체국이 있기 때문입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별정우체국중앙회의 한병천 회장(60)은 조국 근대화 초기 사유재산까지 내놓으며 농·어촌 산간 오지를 마다않고 내달려온 별정우체국의 시대적 역할을 강조했다.

별정우체국 제도는 1960년대 초 전국에 보편적 우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면 1국`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가재정은 면단위까지 우체국을 설립할 재원이 없었다. 그래서 해당 지역에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사에게 우체국 청사와 시설을 부담하게 하고, 정부는 이들에게 우정업무를 위임해 운영토록 한 게 별정우체국의 시작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별정우체국의 지위와 책무도 많이 변했다. 특히 한미FTA 체결 이후 농·어촌을 기반한 별정우체국의 역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회장은 “사실 별정우체국은 FTA시대에 숨은 대안”이라며 “해당 지역에서 수십·수백년 대를 이어온 별정우체국 직원들만이 자기 고향의 특장점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통해 경쟁력 있는 지역 특산품을 개발하고 이를 우편주문상품으로 묶어 가공 상품으로 특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별정우체국은 일반우체국과 똑같이 우편뿐만 아니라 금융, 보험 등의 서비스를 벽지의 국민도 고루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 홀로 계신 노인분들의 안부를 살피고 공과금 수납을 대신해주는 것도 이들 별정우체국 직원이다.

“그럼에도 지난 50년간 우리 별정우체국 직원들은 신분상 체신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자격이었습니다. 그 숙원 사업이 이제야 풀리게 됐습니다.”

한 회장은 회장직에 취임 직후부터 `상훈법` 제정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별정국 직원들도 일반직 공무원과 똑같은 훈·포장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71년 7월 전북 임실 청웅우체국에서 우정사업과 연을 맺은 한 회장은 아버지 어깨 너머로 우편 업무를 배워, 지난 1990년 선친으로부터 국장직을 승계했다. 이후 별정우체국중앙회 전라북도 도회장, 중앙회 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제13대 별정우체국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