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자로편(子路編) 마지막 부분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나온다. 화이부동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한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화이부동의 `화(和)`가 바로 하모니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다른 사람의 주장과 의견에 보조를 맞추되 일방적으로 흡수되거나 동화되어 주관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하모니다.
하모니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만 통합되기 이전 각각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모자이크다. 하모니는 변방과 중심의 화이부동이다. 중심은 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방은 중심에 동화되지 않을 때, 중심과 변방은 나름의 논리로 각자의 개성을 살려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중심이 변방을 자신의 철학과 방향에 동화시키려 한다면, 그리고 변방을 제도권에서 이탈된 마이너로 인식한다면, 중심과 변방의 하모니는 깨지고 갈등과 긴장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 중심에 물들지 않는 변방의 독창성이 인정될 때 변방은 중앙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생각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다.
하모니는 중앙의 질서와 변두리의 혼돈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지고 발전할 수 있다. 질서도 혼돈이 낳은 자식이다. 질서가 아름다운 이유는 극심한 혼돈 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한 번 잡힌 질서가 영원히 그대로 유지된다면 바람직한 하모니라고 볼 수 없다. 기존 질서에 또 다른 혼돈이 개입하고 그 혼돈으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아름다운 하모니는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하모니는 낮춤과 높임의 미덕을 겸비할 때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결국 자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모니는 어둠과 밝음의 조화다. 밤하늘처럼 어둠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별이 더욱 빛나 보인다. 어두운 시절의 고통을 극복하고 맞이하는 밝은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하모니는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미덕이자 조직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열정과 냉정, 직선과 곡선, 지성과 야성,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조화, 놀이와 일의 하모니가 이뤄질 때 개인과 조직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