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4부>쟁점과 해법 (4) SW 주무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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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보통신(ICT) 반쪽짜리 강국이다.”

전자신문이 지난 달 개최한 ICT 5대 학회장 좌담회에서 학회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낸 말이다. ICT 생태계를 이루는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단말) 가운데 강한 분야는 단말과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에 쏠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콘텐츠와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는 선진국에 한참 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열린 공개 SW 개발자대회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지난해 열린 공개 SW 개발자대회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 때문에 이들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SW 산업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파워 부재가 한국 ICT의 위기=지난 2009년 `아이폰 쇼크`로 야기된 한국 ICT산업 위기론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단말업체도 `소프트 파워`로 무장한 애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실제로 IDC에 따르면 한국은 휴대폰과 반도체에서 나란히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SW는 16위에 그쳤다. SW 산업은 1위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무대인 것을 감안하면 16위는 의미 없는 순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한국 ICT산업의 위기감은 절정에 이르렀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 사실상 종속된 우리 단말업체로서는 애플에 버금가는 강력한 경쟁자가 또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글은 당장 OS 유료화나 오픈 정책 폐기에 나설 뜻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우려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뀌는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언제 구글이 표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SW 강국, 강력한 리더십 필요=우리 단말업체는 아이폰 쇼크 이후 대대적인 SW 인력을 채용하는 등 SW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SW산업은 짧은 시간에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벤처의 성공신화가 만들어지고 우수 인재가 유입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기업이든 정부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이를 강하게 밀어부쳐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현 정부의 `ICT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도 이 같은 리더십이 사라졌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특히 SW산업 활성화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이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의 정책과 예산지원이 강화돼야 하는 분야다. 인재 양성에서도 공익적인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해외 진출을 위한 거점 마련도 지원해야 한다.

이미 궤도에 오른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산업과 달리 SW산업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SW 거버넌스의 한계=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거버넌스 체계로는 SW산업을 육성할 리더십이 크게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지식경제부가 SW 산업육성 주무부처를 맡고 있지만, 부처 특성상 SW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원래 제조업과 에너지 기반 업무영역이 가장 크다. 여기에 무역업무까지 관할하면서 SW 산업육성 정책은 변방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공무원의 순환근무시스템으로 SW 정책 입안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나타난다.

최근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현 거버넌스 체계의 한계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SW 따로, 네트워크 따로, 콘텐츠 따로 관장하는 거버넌스로는 전혀 정책의 시너지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MB정부 초반 클라우드 컴퓨팅 정책 주도권을 두고 지경부·방통위·행안부 등의 다툼이 4년 가까이 이어진 것도 분산형 거버넌스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 생태계 관점서 거버넌스 일원화 필요=SW산업 진흥 정책도 C-P-N-D로 이어지는 스마트 생태계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차기 정부에서 스마트 생태계를 관장할 ICT 전담부처가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SW 진흥정책도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W는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과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강조한다. 차기 ICT 전담부처에 문화부의 디지털 콘텐츠 정책기능이 넘어오면 SW 업무도 당연히 넘어와야 한다는 논리다.

ICT 전담부처가 SW 정책 업무를 맡게 되면 향후 SW 전담조직으로 실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직이 확대돼야 산업육성 지원 업무를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예상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재 지경부도 SW 정부조직을 국으로 격상시키려고 했으나 지경부내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며 “현재 다양한 사무를 갖고 있는 지경부 조직으로는 SW분야를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조직뿐만 아니라 SW 전문기관 재설립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MB정부 출범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 합병된 SW진흥원을 다시 분리시켜 설립하자는 의견이다. 향후 차기 정부가 SW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이 같은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