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가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기술개발료 부담 때문에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기술료 일부 경감안까지 내놓았지만, 영세한 중소업계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견 통신업체 A사는 최근 추진하던 정부 과제를 포기했다. R&D 완료 후 납부해야 하는 기술료 부담 때문이다. 공동 참여를 타진하던 대기업이 같은 이유로 불참의사를 밝힌 것도 큰 원인이었다.
A사 사장은 “향후 기술료 징수 범위를 따져보니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R&D를 수행하려면 출연금 사용에 대한 대가 즉 기술료를 내야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별로 비율은 다르지만 과제비 일부를 상환하거나 매출에 따른 소위 러닝개런티 `경상기술료`를 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미래인터넷 관련 과제가 쏟아져 나왔지만 기술료 징수제도 때문에 섣불리 참여를 못하는 업체가 많다”며 “제도에 애매한 조항이 많아 자칫 덤터기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몇몇 업체 참여가 불발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이 기술료를 이유로 정부 과제에 뛰어들지 않으며 국가 R&D 자체가 활기를 잃고 있다.
대기업이 내야 하는 경상기술료는 매출 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올 초 일부 통신사에서는 자체적으로 “국가 R&D에 참가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과제에 참여하려면 내부적으로 반대를 무릅써야 하는 상황”며 “권리가 복잡하게 얽힌 R&D로 기술을 개발하느니 차라리 관련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중소업체의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 7월 고시 개정해 기술료 일부를 경감하고 납부 방식도 정액과 경상기술료 중 선택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술료 징수 등 최소한의 장치를 해놓지 않으면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대신 중소업체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표> 정부 R&D 기술징수요율 , 출처: 지식경제부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